52. 라이딩은 온갖 모순을 떨쳐내는 깨달음의 연속
52. 라이딩은 온갖 모순을 떨쳐내는 깨달음의 연속
  • 미디어붓
  • 승인 2020.03.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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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금단마을 전경.
세종 금단마을 전경.

보체리(경기 안성시 미양면)

바이크 라이딩은 속도를 필요로 하지만, 때론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이 더 필요하다.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린다고 해서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게 아니다. 조급하게 움직이면 오히려 생각지도 않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여행의 목적이 삶의 릴렉스(Relax)이듯 긴장을 늦추고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내딛다보면 목적지가 보인다. ‘형과 아우’라는 DNA로 출발한 여행은 찡한 결속의 끈을 만들었다. 앞에서 달리는 형과, 뒤에서 따라가는 아우는 대화를 할 수 없다. 그러니 묵묵히 앞만 보고 달렸다. 하지만 라이딩 내내 생각의 공회전은 쉼 없이 풍경 속에 녹아들었다. 꿈과 희망,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떠올렸고 가족과 미래를 치환시켰다. 생각은 생각을 낳고, 또 다른 생각을 낳았다.

우린 여행 중 소소한 깨달음을 많이 얻었다. 평소 남들처럼 평균(平均)치로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평균치 이상의 꿈을 꾸며 살았다는 사실도 알았다. ‘평균’이란 단어는 모순적이다. 평균은 여러 수(數)의 중간 값이다. 그러나 ‘중간의 반(半)은 그보다 작고 또 나머지 반(半)은 그보다 크다’라는 말은 산술적 평균에서는 맞지 않다. 예를 들어 9명의 사람들이 재산 0을 가지고 있고 10번째 사람이 재산 100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그들은 평균 10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10명 가운데 단 한 명만이 평균보다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아홉 명은 반대로 평균보다 적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부자여도 가난하게 느껴지는 것이고, 가난해도 중간은 간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라이딩은 온갖 생각의 부산물이었다. 동행자의 앞모습을 하루 종일 쳐다보며, 혹은 동행자의 뒷모습을 백미러로 바라보며 묘한 울음이 나왔다. 동류의식이었다. 살아온 나날들과 살아갈 나날들이 희석되어 괜히 울컥했던 것이다.

비상식을 마치 상식처럼 알고 있었던 부분들도 바로잡았다. 마치 감자탕처럼 말이다. 감자탕은 감자를 많이 넣어서 감자탕이 아니다. 돼지등뼈에 든 척수가 ‘감자’라는 이름이어서 감자탕이다. 또 ‘감자뼈’라는 부위도 따로 있다.

우리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많은 오해 속에서 살아간다. 진실과 허구, 상식(常識)과 비상식 늪에 빠져 허둥댄다. 이는 생각과 착각이 빗나가면서 생긴다. 자신이 생각한대로 보려고 하고, 그렇게 보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린 라이딩을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서로를 보채지 않았다. 그저 하나하나 깨달아갔을 뿐….

안성시 미양면 ‘보체리(里)’도 생각이 착각으로 변한 경우다. 리딩(reading) 과정에서 ‘보채리’로 생각하다 보니 신기한 이름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보채다’는 무엇을 요구하며 성가시게 조르거나 칭얼거리는 것을 뜻한다. 보체리는 ‘ㅓ(체)’가 ‘ㅏ(채)’로 읽혀서 생긴 오류다. 보체리(保體里)는 마을의 동쪽과 서쪽, 북쪽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숨을 수 있는 장소’, ‘안전한 피난처’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또한 마을에 산제당이 있고 만신(萬神)이 많아, 병자들에게 굿을 해주고 몸을 보호하라는 뜻으로 ‘보체’라는 기원문을 쓴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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