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첫날밤 문구멍으로 엿보던 신방에 무슨 일이···.
53. 첫날밤 문구멍으로 엿보던 신방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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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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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야사리
화순 야사리

신방동(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시 신방동은 역세권에 있다. KTX 천안아산역이 인접해있고 수도권지하철 쌍용역이 지척이다. 경부고속도로도 우측 저편에 있다. 신방동이라는 지명은 여행 전부터 괜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보통의 신방(新房)이 떠올랐고 첫날밤이 생각났다. 하지만 신방동에 다다랐을 때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오토바이를 세우려고 하는데 차체 중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여행을 함께 한 ‘애마(愛馬)’ 스즈키(SUZUKI) 익사이트(125㏄) 무게는 대략 100㎏남짓. 여기에 50㎏의 짐을 실었는데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나동그라졌다. 70㎏ 체중이 150㎏에 눌려 길바닥에 널브러지니 꼴이 엉망이었다. 오토바이가 생각보다 무겁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우쳤다. 아무리 스쿠터라고 해도 엔진과 차체 무게가 제법 있을진대 그걸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리(교각)를 건널 때 바람에 휘청대던 바이크의 ‘체중’만 기억한 오류였다. ‘첫날밤’을 떠올리며 망상에 젖던 신방동의 라이딩은 결국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끝났다.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新芳洞)은 신방(新房)과는 한자부터 다르다.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폐합 때 신리·방산리 등 여러 마을을 합하고 두 마을의 머리글자를 합하여 신방리라 칭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방동에는 소애(방산)·새말·신흥·통정 등의 자연마을이 있어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신통한 측면이 강하다. 남녀가 정을 통하는 것을 통정(通情)이라 하기 때문이다.

꽃과 새, 나비가 그려져 있는 화조도(花鳥圖), 화접도(花蝶圖) 병풍에 한 쌍의 원앙을 수놓은 원앙금침을 깔고, 나비촛대에는 화촉(華燭)을 밝힌다. 병풍은 부부화합을 뜻하고, 금침은 한 쌍의 원앙처럼 오래도록 함께 살라는 염원이다. 신방(新房)은 신랑·신부가 첫날밤을 치르도록 새로 꾸민 방인데, 지방마다 풍속이 조금씩 다르다. 신부는 말없이 앉아 있어야 하고 먼저 묻지도 못한다. 또 신랑이 신부의 족두리와 옷을 벗겨주는데 어떤 지역에서는 순서가 거꾸로다. 불도 입김으로 끄면 복(福)을 불어낸다고 해 젓가락이나 이불자락을 이용한다. 요강에는 솜을 깔아두고 바느질그릇도 놓는다.

잠자리에 든 신랑이 신부를 맞을 때도 머리를 먼저 만지면 상처(喪妻)한다는 말이 있고, 가슴을 먼저 만지면 유종(乳腫)을 앓는다고 하여 신부의 발을 가장 먼저 만졌다고 한다.

첫날밤, 친척이나 이웃들이 신방의 문구멍으로 엿보는 관습이 있는데 ‘신방 지키기’라고 부른다. 이러한 풍습은 조혼(早婚)과 관련이 있다. 조선 시대엔 신랑은 열 살쯤, 신부는 열네댓 살쯤 혼인을 올렸다. 어린 나이에 혼인하다 보니 첫날밤에 뜻하지 않은 소동이 벌어지거나, 신부가 간밤에 도망치는 일이 일어나 이를 막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신랑 집에서 신방을 차리는데 처음 온 신부를 신랑과 둘이서만 재울 수 없다 하여 시누이와 한 방에서 2~3일 동안 같이 자도록 했다. 얄궂어도 한참 얄궂다. 또한 집안의 가계 계승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신부는 아들 낳기를 기원하면서 기자도끼(祈子斧·기자부)를 차거나, 열쇠패와 수저집 등에 ‘부귀다남(富貴多男)’, ‘자손번창(子孫繁昌)’을 새겼다.

신방 엿보기에 대한 쓴소리도 있었다. 조선 시대 대학자 이덕무는 ‘청장관전서’라는 책에서 ‘집안 부인들이 신혼부부의 사담을 엿들으니 어찌 그런 누추한 짓을 할까’라고 한탄했다.

요즘은 결혼식이 끝나면 대개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나 신방 자체가 없다. 초야(初夜)의 설렘과 합궁(合宮)의 두근거림을 생각하면 복고(復古)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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