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훔쳐보는 것은 도둑질이다
54. 훔쳐보는 것은 도둑질이다
  • 미디어붓
  • 승인 2020.04.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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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교동 짬뽕.
강릉 교동 짬뽕.

관음동(대구시 북구)

명색이 기자(記者)였다. 그것도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하지만 직함을 떼는 순간 모든 이름표는 사라졌다. 마치 오랜 이력마저도 증발된 느낌이었다. 간간이 소식을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마땅히 기별하기 싫어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해놓기도 했다. ‘왜 그만뒀느냐, 지금은 뭐하냐? 앞으로는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은 위로이기보다는 생사확인 같았다. 그만둘 일이 있으니 그만뒀을 것이고, 지금은 오토바이 타는 중이고, 앞으로도 잘살 거라고 대답할 수는 없잖은가. 하지만 오히려 평생 동반자인양 추종하던 자들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별로 섭섭할 일도 아니었지만 세상은 그랬다.

우린 누군가를 지켜보고 훔쳐보면서(관음) 행불행을 점친다. 마치 남의 불행이 자신의 행복인양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틀렸다. 남의 불행도 자신의 불행으로 역류하게 돼있다. 훔쳐보는 것은 도둑질이다. 그 적당한 ‘관음’은 인간관계를 말소시킨다.

오토바이 라이딩을 하면서 삶의 가치, 행복의 척도,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선문답을 많이 했다. 그것이 성선설이든 성악설이든 간에 무선무악의 근본 물음이 필요했다.

과거에 기자를 한 것이 큰 궤적은 아니지만 오토바이 헬멧을 쓰는 순간, 모든 영화(榮華)는 바스러졌다. 그리고 그냥 동네아저씨가 됐다. 잘 살아왔다고 생각해왔지만 잘 살아온 근거가 부족하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해왔지만 이 또한 증거가 빈약했다. 인간관계의 저변은 크게 유익하지도, 무익하지도 않은 그저 주변인이었을 뿐이다. 누군가가 우리의 이름을 지울 때, 우리도 누군가의 이름표를 삭제하면 그만이라는 게 진리였다.

관음증 뉘앙스가 풍기는 동네가 있다. 바로 대구시 북구에 있는 관음동이다. 혹자들은 동네 지인들에게 ‘관음증 환자들이 사는 곳’이냐고 놀린다. 주민들 불편이 제법 있었을 것 같은데, 이제는 달관하고 산다는 귀띔이다. 대구시 관음동의 지명은 500여 년 전, 지금은 소실된 관음사라는 절이 있었던 마을이라고 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에도 관음동(觀音洞)이 있다. 하동 서북쪽에 있는 마을이며, 비봉산 구릉 소금강 뒤 계곡에 관음사(觀音寺)라는 절이 있어서 생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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