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낮춰야 보이는 아기자기한 봄 ‘꽃마리’
몸을 낮춰야 보이는 아기자기한 봄 ‘꽃마리’
  • 미디어붓
  • 승인 2019.04.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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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제대로 실감하게 만드는 풍경은 거리에 흩날리는 하얀 벚꽃일 겁니다. 마법처럼 일순간에 개화했다가 사그라지는 황홀경. 너무나도 짧아서 더욱 극적으로 느껴지는 이 황홀경은 봄 안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벚꽃이 지면 마치 봄도 따라서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봄을 짧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벚꽃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봄은 생각보다 다채롭고 깁니다. 사람들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매년 이맘때면 느긋하게 피어나는 수많은 작은 꽃들이 그 증거이죠. 눈높이를 낮추는 순간, 벚꽃이 연출하는 황홀경과는 다른 차원에 놓인 아기자기한 봄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꽃마리는 여러분이 눈높이를 낮췄을 때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될 봄꽃 중 하나입니다.

대전 중구 정생동에서 촬영한 꽃마리.
대전 중구 정생동에서 촬영한 꽃마리.

꽃마리는 봄이면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지치과의 두해살이풀입니다. 꽃마리는 작지만 섬세하면서도 청초한 아름다움을 가진 꽃이죠. 맑은 하늘빛을 머금고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잎과 노랗게 물들어 앙증맞음을 더하는 부화관(작은 꽃부리 등 화관의 부속기관). 이 작디작은 꽃에 봄의 하늘과 땅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꽃마리라는 이름은 태엽처럼 돌돌 말려 있던 꽃차례가 펼쳐지면서 차례로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유래합니다. 그 모습은 여름까지 이어지는데 보면 볼수록 기특하죠. 아마도 꽃마리는 ‘꽃말이’가 연음화 된 이름일 겁니다.

거리에 조성된 화단부터 마당의 한구석, 담벼락 아래, 보도블록 틈새까지 꽃마리는 흙이 드러나 있는 곳이라면 뿌리 내릴 곳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마리란 이름이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봄꽃들은 대체로 작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꽃마리는 가장 작은 꽃(2~3㎜)을 피우는 터라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거든요.

흔한 잡초로 취급받기 일쑤이지만, 꽃마리는 한국 원산의 식물입니다. 꽃마리의 작지만 강인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이 한국인의 정서와도 통하는 것 같지 않나요? 봄이면 이 땅에서 흔한 풍경이 나라 밖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라니, 꽃마리의 존재가 더욱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몇 년 전 저와 함께 동네 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던 싱어송라이터 에피톤프로젝트는 꽃마리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세상에 이렇게 작지만 사랑스러운 꽃도 있구나. 눈을 좀 더 크게 떠야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있구나”. 꽃마리의 아름다움을 통찰하는 멋진 표현이어서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납니다. 꽃마리를 발견하시거든 우선 걸음을 멈춘 뒤 고개를 숙이고 눈을 크게 떠보세요. 꽃마리 뿐만 아니라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다채로운 작은 봄꽃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꽃마리를 만나는 방법 : 우선 봄에 볕이 잘 드는 곳을 찾으셔야 합니다. 길가든 들이든 밭둑이든 어디든 볕이 잘 드는 곳이면 됩니다. 눈에 집중력을 더한 뒤 고개를 숙입니다. 꽃마리는 고개를 숙여 바닥을 살펴도 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꽃입니다. 하지만 한 번 눈에 들어오면 나중에 어디서 만나더라도 쉽게 눈에 띌 겁니다. “내가 어떻게 이 작은 꽃을 길에서 알아봤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그만큼 매력적인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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