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왕 류성형 ㈜태극안경 대표 ‘23년 넘게 무료 맞춤안경 봉사’
봉사왕 류성형 ㈜태극안경 대표 ‘23년 넘게 무료 맞춤안경 봉사’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5.05 1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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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너머 밝은 세상을 선사합니다'
브레이크 없는 봉사 활동 지속 다짐
23년째 무료 안경맞춤 봉사를 하고 있는 ㈜태극안경(대전시 서구 계백로) 류성형 대표는 해외로도 눈을 돌려 지구촌 어려운 이들에게도 밝은 빛을 전하고 있다.
23년째 무료 안경맞춤 봉사를 하고 있는 ㈜태극안경(대전시 서구 계백로) 류성형 대표는 해외로도 눈을 돌려 지구촌 어려운 이들에게도 밝은 빛을 전하고 있다.

‘세상을 더 밝게, 더 환하게, 잃어버린 세상의 빛을 찾아드립니다.’

류성형 ㈜태극안경(대전시 서구 계백로) 대표는 23년째 무료 안경맞춤 봉사를 하고 있다.

대구가 고향인 류 대표는 1988년부터 대구에서 안경사 생활을 하다가 1994년 아무 연고도 없는 대전에서 매장을 오픈했다. 태극(太極)이란 상호는 우주 만물의 근원인 본체(本體), 하늘과 땅이 아직 나뉘기 전의 세상만물의 원시의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본디 물려받은 시력을 찾아주고자 하는 ‘안경’과 접목했다.

“충남대 인근에서 첫 번째 안경원을 시작했죠. 대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최고의 서비스와 저렴한 가격,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AS는 지구 끝까지’라는 특유의 문구까지 내세웠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단돈 1원이라도 싸게 주겠다는 마케팅이 주효했어요. 사업이 아주 번창했습니다.”

물론, 류 대표에게도 시련과 아픔이 있었다. 지난 1988년 부모님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주식에 손을 댔고, 4년 만에 깡통구좌가 돼 알거지가 됐다. 어느 날엔가 대구 본가에서 집안(문중)회의가 열렸다. 유산을 날린 것에 대한 비판과 질시, 앞날에 대한 걱정이 주제였다. 그래서 6개월간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방황했다. 그때 내린 결론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으로 가서 반드시 재기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곳이 바로 일가친척 하나 없는 대전이었다.

류성형 대표(사진 맨 오른쪽)와 아들 류태연 안경사가 무료 안경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류성형 대표(사진 맨 오른쪽)와 아들 류태연 안경사가 무료 안경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깨끗한 사업을 하고 싶어 안경업을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자격증이 있어야 안경원을 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어야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안경사 자격시험에 합격했죠. 처음엔 손님이 한 명도 없어 길바닥에서 안경을 닦아주고 시력을 재주면서 서비스에 공을 들였어요. 아들이 역류성 빈혈로 생사 갈림길에 섰을 때라 절박했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진심이 통했는지 보통 40명이 줄을 설 만큼 장사가 잘 됐어요. 하루 800명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승승장구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누군가가 ‘6대 4 주거비율을 지키지 않았다’고 투서를 하는 바람에 구청, 세무서, 보건소 직원들에게 시달렸다. 불법건물을 임대한 건물주 당사자에게 맞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고 남을 짓밟는 어두운 세상에서도 그는 한줄기 ‘빛’을 떠올렸다.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다른 삶을 선택했다.

그것이 ‘봉사’였다. 무작정 구청 복지과를 찾아갔다. 무료 안경맞춤 봉사의 서막이다.

“저소득·취약계층, 소년원, 재활원, 보육원 등 소외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빛을 선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료 안경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달려갔어요. 아예 2.5t짜리 안경 트럭까지 만들어 전국을 돌았습니다. 그런데 봉사라고 좋은 일만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태풍 매미 때 부산 가덕도를 갔는데 준비한 안경 70명분이 소진되자 주민들이 화를 내더라고요. 왜 자기는 안경을 맞춰주지 않으냐고 때리기도 했습니다. 더 비참했던 건 아내, 자식 앞에서 두들겨 맞았다는 사실입니다. 억울했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럴 때마다 수백 번, 수천 번 봉사를 그만둬야겠고 되 뇌였지만 오히려 멈춰지지 않더라고요. 어느 재활원에 갔을 때는 누군가가 ‘안경 만들어주며 건물 샀겠네’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10억은 벌었을 거라면서….”

23년째 저소득·취약계층, 소년원, 재활원, 보육원 등 소외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빛을 선사하고 있는 태극안경원.
23년째 저소득·취약계층, 소년원, 재활원, 보육원 등 소외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빛을 선사하고 있는 태극안경원.

류 대표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봉사 받는 사람이 봉사자의 마음을 몰라줄 때다. 어르신들에게 봉사를 가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자체(구청)에서 돈을 받아 안경을 제작해주는 줄 오해를 한다. 한마디로 구청에서 받은 예산으로 잇속을 챙기는 걸로 착각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더 좋은(비싼) 걸로 해 달라”고 불평하고 비난도 한다.

“솔직히 그럴 때마다 봉사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비를 들여 봉사를 하는데 욕까지 먹으니 힘이 빠지는 거죠. 뭘 바라고 주는 건 아니지만 숨이 막히고 섭섭한 생각마저 들 때도 있습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도 정도(正度)가 있는 법입니다. 가령 100원어치의 봉사를 하면 단 1원의 가치라도 느껴줬으면 합니다. 20년 넘게 봉사하면서 10억 원 가량의 비용을 썼습니다. 하지만 진정성을 몰라줍니다. 지금까지 구청에서 단 한번도 지원받은 적이 없습니다.”

류 대표는 그래서 ‘기부에 기부를 더하는 새로운 기부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류 대표는 안경 봉사 외에도 백내장 수술지원도 하고, 소외계층에게 보일러도 놔줬다.

“어떤 구청에서는 백내장 수술을 지원해 줄 명단을 받아 확인해봤더니 절반가량이 이미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공무원이 그것조차 확인을 안했던 거죠. 더구나 일반 병원들은 돈을 준다고 해도 환자가 잘못될까봐 거절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때 대전 유성의 명안과가 도움을 주셨습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 1000만원어치의 안경을 들고 봉사를 갔습니다. 원주민 학용품, 옷, 신발도 나눠줬어요. 예전엔 필리핀 재해지역, 캄보디아의 시골마을에도 갔었죠.”

㈜태극안경은 현재 태극안경원, 원셀프안경원, 눈맞춤안경원 등 5곳의 직영점과 15곳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직영점이나 체인점 가릴 곳 없이 모두가 안경봉사를 병행 중이다. 태극안경은 지난 2012년 착한가게 270호로 가입했고 2016년에는 가족친화 우수기관 인증을, 2017년에는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류 대표의 봉사관은 ‘내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봉사를 하자’이다.

“옷가게 주인이라면 옷으로 봉사할 수 있고 신발가게 주인이라면 신발로 봉사할 수 있습니다. 유명연예인이라면 유명세나 재능기부로 봉사를 하죠. 자기 업(業)을 통해서 하는 봉사야말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봉사는 또 다른 봉사를 낳고 또 다른 향기를 남깁니다.”

현재 안경업은 심각한 불황을 맞고 있다. 대전지역에 있던 400여 곳의 안경원은 250곳으로 줄었고 대구는 200곳이 폐업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안경원이 많다. 경기도 안 좋은데 저가형 할인매장까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임대료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등 ‘열 중 일곱’ 이상의 가게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7~8년 전부터 영업환경이 악화됐는데 앞으로도 그리 낙관할 수만 없는 상황입니다. 최저임금 여파와 안경사의 잦은 이직 등으로 폐업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폐업하는 안경원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요.”

‘아름다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게 해주기 위해서’ 발품을 팔고 있는 봉사왕 류성형 대표는 ‘봉사도 중독된다’며 브레이크 없는 봉사를 실천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아름다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게 해주기 위해서’ 발품을 팔고 있는 봉사왕 류성형 대표는 ‘봉사도 중독된다’며 브레이크 없는 봉사를 실천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류 대표는 ‘봉사도 중독된다’고 했다.

“수천억 원의 자산가가 몇 천만 원을 내놓는 것보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목욕시켜주고 안경조차 살 수 없는 저소득층 노인이나 학생들에게 안경을 무료로 맞춰주는 게 실천적인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은 생색내기 봉사가 많습니다. 힘든 봉사, 자기 주머니돈이 드는 봉사는 잘 안 합니다. 앞으로도 제 여력이 되는 한 봉사는 계속할 생각입니다. 다만 봉사의 참의미를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제가 비용을 대며 하는 봉사를 마치 구청에서 돈을 받아 하는 걸로 오해를 안했으면 합니다.”

제1의 고향이 돼버린 대전에서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류 대표, ‘아름다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게 해주기 위해서’ 발품을 팔고 있는 봉사왕의 아름다운 삶에 밝은 서광이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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