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말사전] 시치미

2019-01-06     나재필 기자

수알치(매를 전문적으로 길들이고 다루는 사냥꾼)의 이름과 주소를 새긴 표식(쇠뿔로 만든 네모꼴의 뿔)을 매의 꽁지깃에 단다. 사냥 도중에 배가 불러서 달아났던 매는 배가 고파지면 다시 인가로 돌아온다. 어떤 이는 매의 귀환을 수알치에게 알리는데, 매를 탐내는 사람은 시치미(표식)를 떼어 버리고 자기 것으로 만든다. ‘시치미를 뗀다’는 말은 이에서 나왔다. 당시 매의 가격이 상당한데다 매가 잡은 고기의 값을 더 쳐주었기 때문에 이런 잔꾀가 흔했다. 시치미는 알면서 모르는 척 잡아떼는 모습을 말한다.

시치미는 단장판(丹粧板)이라고도 한다. 세상은 시치미를 떼어버리고 음흉스럽게 모르는 척 능청을 떠는 군상들이 의외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