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상가 직격탄 맞은 세종시 ‘기획부동산’ 활개에 때아닌 몸살
아파트·상가 직격탄 맞은 세종시 ‘기획부동산’ 활개에 때아닌 몸살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7.24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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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호재 미끼로 야산·쓸모 없는 땅 가격 부풀려 쪼개기 판매
3.3㎡당 4만6000원에 사들인 임야를 20만원대에 분양
전문가 “재산권 행사 어려워 투자이익 환수는 망상”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에 직격탄을 맞은 세종시에서 기획부동산 업체가 활개를 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도담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나재필 기자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에 직격탄을 맞은 세종시에서 기획부동산 업체가 활개를 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도담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나재필 기자

세종시가 기획부동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업자들은 각종 개발 호재 등을 미끼로 야산이나 쓸모없는 땅을 수백 필지로 쪼개거나 지분을 나눠 분양 중이다.

문재인정부의 8·2대책(투기지역 지정), 9·13대책(종합부동산세·다주택자 규제) 등 9차례에 걸친 부동산정책으로 아파트·상가가 직격탄을 맞자 토지·임야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현재 장기간 매수심리가 위축된 세종시는 고운동, 새롬동 등 외곽지역과 오래된 단지가 많은 조치원을 중심으로 하락폭이 크다.

기획부동산은 개발호재가 많은 지역 인근의 그린벨트나 보존관리지역 임야 등을 여러 회사명의를 동원해 공동구매한 후 텔레마케팅이나 블로그 영업 등으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기획부동산’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기획부동산 사기 업체는 없다. 일반적으로 ○○경매법인, ○○부동산법인, ○○토지정보 등 법인회사를 설립한 후 활동한다. 이 업체들은 설립일이 1년 이하로 짧고 법인명을 자주 바꾸거나 사무실을 수시로 이전한 내역도 있다.

기획부동산 사기에 쉽게 당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에게는 정상적이고 좋은 땅을 보여주지만 정작 계약은 쓸모없는 부동산과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절벽을 끼고 있는 임야나 돌섬을 사는 경우도 있다. 기획부동산 사기가 의심된다면 설립일이나 활동 내역 등 회사 관련 정보를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르는 기업이나 개인이 블로그 등 인터넷에 게시한 글만 믿고 투자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한 업체가 거래한 전의면 달전리 임야 등기부 등본을 보면 업체는 9만9471㎡를 13억8410만원에 사들였다. 공시지가가 3.3㎡당 7400원에 불과한 땅을 평균 4만6000원에 사들인 뒤 투자자들에게는 골프장과 산업단지가 들어선다며 19만9000원에 분양했다. 등기부등본 상 지분을 공유한 투자자만 300여명이다. 연서면 청라리 야산은 3.3㎡당 12만9000원에 분양했는데 117명이 지분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간 세종시에서 진행된 토지거래 2619건 중 51.8%에 달하는 802건이 기획부동산 거래물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금남면, 장군면, 연서면, 전의면 등 세종시 외곽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전문 변호사 등의 자문에 따라 영업을 하기 때문에 행정당국이나 경찰 단속이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수년 전 금남면 야산에 대한 지분 쪼개기가 성행할 때 경찰이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기획부동산은 모든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처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재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언젠가 투자이익을 환수할 것이라는 기대는 안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세종시도 지난해 11월 지분 쪼개기 토지거래로 인한 재산상 피해를 경고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공유지분 토지(임야)는 토지공유자 전원 동의를 거쳐 토지분할 제한 규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른다”며 “토지거래를 할 때는 토지 이용 계획 확인서, 토지(임야) 대장 및 등기 사항 전부 증명서(옛 등기부 등본) 등을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때 온라인 등기소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지번만 치면 확인할 수 있다.

세종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지 분양 업체에서 토지 소유권 등기 방식 중 ‘지분 등기’를 강요한다면 기획부동산을 의심해봐야 한다. 지분 등기는 하나의 부동산을 여러 명이 나눠 갖는 형태”라며 “소액으로 원하는 땅에 투자가 가능한 장점은 있지만 소유자가 여럿인 탓에 부동산을 활용하거나 매매할 때 다른 소유자들과 분쟁을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기획부동산 업체는 남은 매물이 별로 없다는 식으로 투자자를 조급하게 만들고 현장 즉석 계약을 강요한다”면서 “투자자들이 땅에 대해 분석할 시간을 갖지 못하도록 계약을 재촉하는 업체는 기획부동산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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