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내 인생”…인생 후반은 참다운 봉사
“선거는 내 인생”…인생 후반은 참다운 봉사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8.12.28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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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변해섭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
9급 공채 35년 만에 부이사관 승진 화제
변해섭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이 공직 35년 만에 3급 부이사관 승진자가 돼 화제다. 미디어붓DB
변해섭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이 공직 35년 만에 3급 부이사관 승진자가 돼 화제다. 미디어붓DB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제 인생에 있어 징검다리와 같습니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징검다리를 건너온 듯 정신을 집중해 왔고, 이제 2~3년 후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제가 지나온 징검다리를 되돌아보겠죠.”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인사에서 변해섭(57)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이 3급 부이사관 승진자 명단(2019년 1월 1일자)에 이름을 올려 화제다. 중앙 6명, 지방 4명 중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열 손가락 안에 꼽혔다. 그는 1983년 총무처 9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해 35년 만에 3급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그 성공 뒤편에는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남모를 인생 굴곡과 이를 극복하고자 했던 부단한 노력들이 있었다.

변 과장은 1961년 2남 2녀의 장남으로 지금은 대청댐 수몰지역인 대전 대덕구 갈전동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삼호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그는 자동차 정비공장, 주유소, 제과점, 인쇄소, 봉제공장 등 산업현장에서 궂은일을 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낮엔 일, 밤엔 야학으로 배움의 길··· 가난도 못말린 학구열로 성공의 길

하지만, 공부에 대한 열망이 컸던 변 과장은 힘든 환경 속에서도 낮에는 현장에서 일하고, 야간에는 틈틈이 중졸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그러던 중 공장에서 허리를 다쳐 18세에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잠시 좌절하기도 했지만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또래 친구들보다 3년 늦게 동아공고(현 동아마이스터고) 건축과에 진학했다.

“돌이켜보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온 것이 자산입니다. 배움엔 끝이 없고, 그 배움을 통해 닦고 또 닦으면서 자신을 단련시켰습니다. 지금도 그 꿈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제 삶 자체가 선거처럼 도전과 선택의 연속인 것이었던 셈이죠.”

고등학교 졸업 후 건축의 길을 걷기 위해 사기업 쪽에 문을 두드렸지만 허리 수술로 건설현장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고, 그것이 공직으로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1983년 총무처 9급 공채시험에 합격해 이듬해 우정사업본부의 전신인 체신부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면서 대전공대 전자계산학과(야간)를 졸업했다. 그러던 1990년, 충남도선관위회로 전입하면서 선관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누구는 인간승리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쉽지는 않았어요. 대청댐 수몰지역 소농의 아들로 태어나서 배운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시절입니다. 겨울이면 죽 한 사발과 고구마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싫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공부의 끈은 놓지 않았어요. 그래서 야학을 찾아다녔죠.”

그는 지난해 충남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해 박사과정도 준비 중에 있다.

공직의 길에 들어선 변 과장은 평소 대학교와 기관‧단체에서 강연과 TV 및 라디오, 신문 등에서 인터뷰와 칼럼을 통해 지역에 올바른 선거문화 만들기에 앞장섰다. ‘공직자란 누군가의 위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국민 편에 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란 신념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2005년 사무관(5급), 2012년 서기관(4급)으로 승진했고, 황금돼지의 해인 2019 기해년(己亥年)에 부이사관의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변해섭 선관위 지도과장. 미디어붓DB
변해섭 선관위 지도과장. 미디어붓DB

변 과장은 선관위에 한평생 종사한 것이 큰 보람이자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선거는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미래에 우리를 잘 살게, 행복하게 해줄 일꾼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막중하죠. 선거가 끝나고 후보자들로부터 ‘선관위가 친절하고 공정하게 책무를 다해줘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좋습니다. 선관위는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당, 후보자, 국민을 위해 서비스하는 기관입니다. 법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정확히 판단하고, 상대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고 설득하면 신뢰가 쌓이게 됩니다.”

내년(2019년)에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진다. 퇴직을 3년 앞둔 그는 오점 없이 아름다운 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조합장선거는 위탁관리로 이뤄지는 것이라 주도적 개입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3년 전 치러봤던 경험칙을 살려 많은 홍보와 계도를 할 생각입니다. 이제 유권자나 후보자 모두 선거에 대한 바른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불법과 혼탁이 아닌 공정한 경쟁 룰에 의해 진행될 것입니다. 농협중앙회와도 업무협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변 과장은 남은 공직생활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에 봉사도 하고 싶다고 했다.

“남들에 비하면 특별할 것도,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 유능한 대표를 뽑는 선거처럼 제 자신도 좋은 사람, 유능한 공직자로 남고 싶습니다. (아마도) 인생 후반부에는 대한민국역사문화진흥원에서 보낼 것 같아요. 우리네 역사문화유산을 연구해 문화재를 보존·활용하고, 후손에게 계승하는 일을 하는 것도 행복한 도전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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