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지적 거인
[신간]지적 거인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9.02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설은 성서의 창세기를 모티프로 종교와 첨단 과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주인공 민호는 인간세계를 배제하고 오로지 눈에 보이는 현상 뒤편에 숨겨진 자연의 비밀을 캐는 ‘과학에의 헌신, 독신, 무신론’으로 무장된 물리학 박사 과정 3년차 과학자이다.
어느 날 같은 연구실 후배 형태가 실종되고, 그를 찾아 나선 민호에게 얘기치 않은 상황들이 중첩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은 작가 이재영이 KAIST 대학원 시절인 30년 전에 시작된 창조과학과 기독교 세계관 지성운동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종교와 기성 과학의 경계면에서 출렁이는 파도와 포말들을 바라본다. 작가는 진위를 가리는 과학의 속성을 잘 알지만 오히려 공상적 세계에서 둘은 계속 공존하며 즐거운 경계를 펼쳐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 작은 기포하나가 지적 거인이다.

KAIST 핵물리학 연구실의 학생 하나가 사라졌다. 천재기가 넘쳐났던 형태를 찾아 나선 민호. 형태의 행적을 쫓던 민호의 눈에 뒷면에 전화번호가 적힌 미모의 여자 사진과 그의 연구노트에 성서와 관련된 미심쩍은 질문들이 띄었다. 연락 끝에 만난 그녀의 이름은 신현신. 형태와 어려서부터 같은 교회를 다녔던 친구였다. 두어 번의 만남 끝에 형태의 연구 노트에 적힌 비밀스런 질문들을 넌지시 던지는데 현신의 표정에 긴장이 스친다. 어느 날 현신과의 만남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에게 쫓기던 민호는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어딘가에서 깨어난다.

그곳에 현신과 더불어 사라졌던 형태가 그곳 연구원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곳을 지배하는 노인은 민호에게 그곳의 비밀스런 연구시설들을 보여주고 자신들이 이룬 놀라운 연구 성과를 들려준다. 첨단 과학을 다루는 민호조차 믿을 수 없는 연구 성과를 축적한 그들의 정체는 르네상스 이전부터 존재하던 과학자들의 비밀 모임 ‘인비지블 컬리지(INVISIBLE COLLEGE)’의 연장이었다. 종교가 지배하던 시대, ‘믿음’이란 명목하에 이성과 합리성을 처참한 방식으로 억압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의 영역을 침범하여 현상 뒤에 숨겨진 우주의 질서와 인간의 역사를 해석해나갔던 과학자들의 모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런 연구들이 집대성된 조직이 현재 진행하는 연구는 초기 우주 생성의 비밀과 인간 유전자의 원형을 찾아 합성하는 일. 상징과 은유로만 받아들여졌던 구약 성서의 창세기를 자신들의 축적한 연구 성과로 재해석하여 재현함으로써 성서에 숨겨진 은유의 실체를 파악해낸다. 
그들이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이른바 ‘네피림 프로젝트.’ 노아의 홍수 이전의 원형 인간과 신의 아들의 복원. 그리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두 존재가 인간 ‘현신’과 ‘네피’였다. 합성 과정에서 연구진의 의도와 달리 거대한 괴물로 탄생해버린 네피에 필요한 건, 바로 민호에게 강력히 응집된 지적 유전자였다. 마침내 민호의 지적 유전자를 성체 치환해 탄생한 지적 거인. 하지만 네피와 현신이 연구자들의 의도와 다르게 행동한다.
민호와의 사랑과 네피와의 유전적 끌림이라는 감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원형 인간으로서의 현신이 마침내 결정을 내리게 된다.


  • 세종특별자치시 마음로 14 (가락마을6단지) 상가 1층 3호 리더스
  • 대표전화 : 044-863-3111
  • 팩스 : 044-863-3110
  • 편집국장·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필
  • 법인명 : 주식회사 미디어붓
  • 제호 : 미디어 붓 mediaboot
  •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5
  • 등록일 : 2018년 11월1일
  • 발행일 : 2018년 12월3일
  • 발행·편집인 : 미디어붓 대표이사 나인문
  • 미디어 붓 mediaboot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미디어 붓 mediaboot.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ediaboot@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