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말사전] 비설거지
[맛있는 말사전] 비설거지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1.0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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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붓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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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은 말(言)을 품습니다. 말의 뜻이 글로 표현되듯 말글은 우리네 혼을 담는 그릇입니다. 하지만 우리말, 우리글은 그 쓰임을 다하지 못한 채 수명을 끝냅니다. 더구나 이름도 뜻도 모를 불구의 신조어가 판을 치면서 곡해는 심해졌습니다. 이에 미디어붓은 고유의 우리말을 찾아, 말글을 쉽게 풀이하고 나누면서 우리말에 대한 참뜻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말과 글이 거칠어지면 그 나라의 일이 다 거칠어진다’는 주시경 선생의 말을 되새깁니다.

 

1.비설거지

설거지는 음식을 먹고 난 뒤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이다. ‘비설거지’는 언뜻 보면 비가 내릴 때 빗물을 이용해 설거지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비설거지는 비가 오려고 할 때, 비에 맞지 않도록 물건을 치우거나 덮어서 단속하는 일을 말한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퍼부을 것 같은 먹장구름이 몰려오면 뜀박질하듯 장독대로 달려가 뚜껑을 덮는다. 그리고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와 무말랭이를 걷어 들인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빨랫줄에 걸려있는 옷가지를 잽싸게 수거해야한다.

하지만 갑자기 비꽃이 물러나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면 빨래를 다시 널고, 장독대 뚜껑을 열고, 고추를 다시 풀어놓는다. 곤혹스러운 원위치 작업이다. 비설거지는 '비를 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종의 '민방위훈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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