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 입 좀 다물라”
“제발! 그 입 좀 다물라”
  • 나인문 기자
  • 승인 2019.01.08 0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후(死後) 국립묘지 안장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61.5%로 찬성 26.8%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CBS가 의뢰해 리얼미터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법 개정을 해서라도 국립묘지 안장을 막아야 한다’는 반대 입장이 61.5%를 차지했다. 반면 넷 중 한 명은 ‘특별사면이 되었으므로 국립 묘지 안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5·18 내란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특별 사면됐다고는 하지만 5.18 희생자 유족들이 보면 땅을 치고 분노할만한 수치다.

게다가 그의 부인 이순자 씨가 최근 남편을 두고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말해 맹비난을 받고 있는데, 아직도 그를 동정하거나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표현은 자유다. 그러나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금세 답이 나올 터인데 그런 망언을 듣고도 망발에 동조하는 것은 몰염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대치 중인 공수부대와 시민들.(5·18기념재단 제공)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대치 중인 공수부대와 시민들.(5·18기념재단 제공)

인간은 본디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하는 것을 꺼리는 습성이 있다. 자신의 언행은 생각하지 않고 남들이 인정해주고 존중해 주길 바란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른 데도 뭐가 잘못인지 모른다.

변명이 군색하면 일단 화부터 내고 뒤늦게 수습하려고 한다. 입으로는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을 찾지만 정작 본인은 모사(책략)를 부리는데 능하다. 주변사람 몇 마디가 마치 여론인양 호들갑을 떨고 평생을 함께 할 것처럼 하면서도 뒤통수를 때릴 준비부터 한다.

입으로는 영원히 같이 갈 것처럼 떠들지만 내 주머니에 일원짜리 한 푼이라도 도움이 되는지부터 따지는 것이 본성이다. 입으로는 믿음을 얘기하지만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게 천성이다. 그러니 밑천이 금세 바닥나고 본색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12.12 사태나 5.18 민주항쟁은 역사가 증명하고 국민 모두가 웅변하는 우리의 가슴 아픈 발자취다. 아무리 없애려 해도, 아무리 지우려 해도 남아 있는 현대사의 절절한 궤적이며 흔적이다.

그래서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냈고 법적으로 특별 사면을 받았다고 해도 그를 용서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절대적인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더 늦기 전에 솔직하게 실상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기 바랐던 것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이치처럼 역사는 진실이 바탕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슴을 가리켜 아무리 말이라고 우긴다 해도 옳고 그름이 뒤바뀌지 않는다.

지난해 4월 출간된 그의 회고록에 분노하는 것도, 사후에 그를 국립묘지에 절대로 안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5.18 민주항쟁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위선에 놀아날 수는 없다는 국민적 분노가 깔려 있다.

물론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출판이나 표현의 자유는 국민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증을 거친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왜곡될 수 있고 진실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6.25 이후 민족 최대의 비극을 놓고 자신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화소양(隔靴搔癢)과 다름없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사람은 가마 타는 즐거움만 알지, 가마 메는 괴로움은 알지 못한다(人知坐輿樂 不識肩輿苦·인지좌여락 부식견여고)”고 말했다.

이 시대 모든 주체들이 너나없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돌아가길 권면하는 아침이다.


  • 세종특별자치시 마음로 14 (가락마을6단지) 상가 1층 3호 리더스
  • 대표전화 : 044-863-3111
  • 팩스 : 044-863-3110
  • 편집국장·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필
  • 법인명 : 주식회사 미디어붓
  • 제호 : 미디어 붓 mediaboot
  •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5
  • 등록일 : 2018년 11월1일
  • 발행일 : 2018년 12월3일
  • 발행·편집인 : 미디어붓 대표이사 나인문
  • 미디어 붓 mediaboot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미디어 붓 mediaboot.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ediaboot@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