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이어 단식하는 황교안 대표 ‘구시대 정치유물’ 약발은 글쎄요
삭발 이어 단식하는 황교안 대표 ‘구시대 정치유물’ 약발은 글쎄요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11.20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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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붓 칼럼-문방사우]‘조국사태’ 이후 찬스 못 살리는 한국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머리를 밀고, 바닥에 자리를 깔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투쟁을 선언했다. 9월 삭발에 이은 또 한 번의 고강도 투쟁이다. 황 대표의 단식 결행은 조만간 본회의에 부의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27일 부의)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저지를 위해서다. 하지만 지켜보는 민심은 혀를 찬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또 ‘쇼’를 하느냐는 것이다. 단식은 삭발, 사퇴와 함께 버려야할 구시대 정치유물 3종 세트로 불린다. 황 대표는 현역 의원이 아니기에 이제 당대표직 사퇴 카드만 남게 된다. 한마디로 감동이 없다. ‘조국 사태’로 인해 조국이 둘로 나뉘었을 때까지는 제법 지지율 재미를 봤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찬스를 살리지 못한 한국당은 예전의 지지율로 복귀했다.

단식과 삭발은 과거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야당 정치인들의 투쟁 수단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사들이 옥중에서 목숨을 건 투쟁도 단식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 5·18광주 민주화운동 3주년 기념일인 1983년 5월 18일부터 6월 9일까지 단식 농성을 벌여 가택연금 해제를 얻어내고 민주화투쟁에 불을 붙인 사건은 압권이었다. 대구 천성산 도롱뇽 단식을 전개한 지율스님의 투쟁도 유명했다.

단식투쟁은 약자의 마지막 저항수단이다. 삭발도 역시 약자의 항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삭발과 단식이 ‘정치 쇼’가 돼버렸다. 국민들은 고통을 보며 통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비웃는다. 단식은 물론 목숨을 거는 일이다. 때문에 반드시 명분이 뚜렷하고 객관적이어야 하고, 의도도 순수해야 한다. 보여주기를 위한 것이 아니어야한다. 더더구나 요즘 시대는 먹히지 않는 퍼포먼스다.

고종 32년(1895) 11월 17일 김홍집 내각은 일본의 압력으로 백성에게 단발령을 내렸다. 고종이 먼저 머리를 깎았고, 뒤이어 대신들이 머리를 깎았다. 백성들이 들고 일어났다. 머리를 깎느니 차라리 목을 베라고 했다. 정치에는 나쁜 전략과 덜 나쁜 전략이 있을 뿐이다. 일종의 계략이다. 잘해도 칭찬 못 받고, 잘못 하면 욕만 먹는다.

‘한국당은 노땅정당’이라는 청년의 아픈 목소리를 들은 지 하루 만에 반성은커녕 단식 카드를 꺼내든 모습은 꼴불견이다. 회색 셔츠와 빨간색 니트, 회색 정장 재킷을 입은 비교적 단출한 차림의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자리를 깔았다. ‘죽기를 각오한다’며 스티로폼 돗자리 위에서 투쟁을 시작했다. 경호 상 텐트 설치가 허용되지 않아 찬바람을 그대로 껴안았다. 결국 한국당은 청와대 앞 투쟁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저녁 8시 35분께 단식 투쟁 장소를 국회로 옮겼다. 국회 앞 천막에는 ‘총체적 국정실패 이게 나라입니까?’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작은 책상 하나와 전열기 2대, 이불 등이 준비됐다.

한겨울 땅바닥에 자리를 깐 제1야당대표의 눈물겨운 단식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괴롭다. 그렇다고 민주당은 괜찮은가. 그들 행태도 도긴개긴, 오십보백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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