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만 봉(?)인가
서민들만 봉(?)인가
  • 나인문 기자
  • 승인 2019.12.0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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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등골만 빼는 대책이다.” “누구는 좋은 차, 비싼 차, 외제 차 타고 싶지 않나?”

노후 경유차 등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 서울 도심인 사대문 안의 ‘녹색교통지역’에 진입하면 과태료 25만 원을 부과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전국적으로 114만대에 달하는 노후 경유차량 소유주들의 볼멘소리가 높다.

노후 경유차 단속이 좋은 차를 타고 싶어도 노후 차량을 탈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숨통을 죄는 가렴주구(苛斂誅求)에 비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후 경유차가 많은 양이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의 공장이나 한반도 서해안 발전소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노후 경유차만 때려잡는 정부정책이야말로 지나친 관료주의와 행정편의주의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정확한 통계나 기본 연구자료 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중국의 석탄 발전은 전 세계 설비용량의 절반에 육박하고, 2위인 인도의 4.5배나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석탄발전소가 생기고 있고, 중국의 석탄 수요는 향후 20년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노후 경유차도 제작 당시는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라 만들어 판매했고, 매년 환경개선부담금 명목으로 세금도 납부해 왔는데, 운행제한 조치까지 내리는 건 과도하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일정기간마다 자동차 검사를 통해 매연 배출 허용치를 벗어나지 않아야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검사는 통과하고 운행은 저지당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빚어지는 셈이다.

또한 자동차의 특성상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생산된 지 얼마 안 된 차량이 10년 이상 된 차량보다 매연을 더 뿜을 수도 있어 이번 단속이 객관성과 정확성,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문제는 경유차 퇴출을 위해 조기폐차 보조금까지 지급했지만, 상당수가 세금혜택까지 받으면서 전기차나 수소차가 아닌 신형 경유차로 교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말 국내 등록 경유차는 992만 9537대로 전년보다 35만 3142대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결국 경유차 퇴출이 아니라 신형 경유차가 여전히 인기 차종으로 손꼽히는 형국이다.

소형 트럭으로 생계를 꾸리는 영세상인들의 경우 조기폐차 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신차보다 상태가 좀 나은 중고 경유차로 재구매하는 사례도 빈번하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따라서 경제적 부담 등으로 신차 구입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이나 영세상인 등의 경우 폐차보다는 매연저감장치(DPF)를 부착하고, 그마저도 정비가 어려운 경우에만 폐차하는 단계적 접근이 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미세먼지를 노후 경유차 때문이라고 탓하고,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면 원자력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 주장으로는 미세먼지를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작금의 혼란을 막을 수 없다. 무엇보다 미세먼지를 유발시키는 근원을 찾아내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통계자료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공자의 설화인 ‘예기(禮記)’를 보면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也·가정맹어호야)’고 전한다. 선량한 정치는 만백성이 태평성대를 누리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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