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꼼수로 흥한 자, 꼼수로 망하는 게 이치
72. 꼼수로 흥한 자, 꼼수로 망하는 게 이치
  • 미디어붓
  • 승인 2020.09.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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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정류장 이정표. 미디어붓DB
가야 정류장 이정표. 미디어붓DB

세상엔 이러저러한 이유로 흥하거나 망하는 사례들이 많다.

그리스 도시국가였던 스파르타에선 영아살해라는 악독한 풍습이 있었다. 이는 강인한 전사들만 필요하고 나약한 이들은 필요 없다는 그들의 우생학적 관념 때문이었다. 스파르타는 왕이 나라를 다스렸는데, 나라가 하나의 커다란 군대였다. 일곱 살이 되면 남자 아이들은 가정을 떠나 함께 모여 살며 엄격한 훈련을 받았다. 그것도 노인이 될 때까지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원주민(헤일로타이)들의 계속되는 반란, 엄격한 통제, 무역단절, 외부이민 차단, 그리고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결국 패망했다.

수백 년간 나뉘어져 있던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는 처음엔 문자와 도량형을 통일하는 등 여러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진시황은 이민족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만리장성을 건설하고 거대 궁궐인 아방궁과 자신의 무덤인 황릉을 짓기 위해 백성들을 동원했다. 불로불사를 위해 불로초만을 찾아다니던 진시황은 결국 급사하고, 나라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여러 군웅들이 할거하게 된다. 이렇게 껍데기가 된 진나라는 항우에 의해 함락돼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는 15년 만에 멸망했다.

후한은 어린 황제가 즉위했기 때문에 외척 세력과 환관들이 권력을 차지했다. 더군다나 관리들은 물론 황제까지 나서 매관매직했다. 안에서는 권력다툼, 밖에서는 백성들이 난을 일으켰다. 이때 황건적의 난을 진압하며 세력을 키운 지방 세력들이 군웅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황제가 붕어하자 십상시(十常侍: 조정을 농락한 10명의 환관)의 난이 일어났고, 동탁이 권력을 잡았다. 동탁은 황제를 협박해 상국 자리에 오르고, 무리한 화폐개혁을 저질러 후한을 파괴시켰다. 이후 원소가 관도대전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조조에게 패배하자, 조조는 최강의 군웅으로 성장했다. 물론 그의 영화(榮華)도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 삼국시대 서진(西晉)의 사마염은 1만 궁녀와 함께 막장 통치에 빠져있었다. 귀족층 사이에는 변질된 청담사상(회의적 태도와 염세적 인생관)이 유행해서 국사는 돌보지 않고 궤변만 늘어놓기를 즐겼다. 게다가 사마염은 난세는 끝났다며 서진의 군대를 해산시키고, 대신 친족들을 각지의 왕으로 책봉하여 치안을 맡겼다. 황위 계승권을 지닌 사람들이 각자 군대를 거느리고 자신의 지역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했으니 군웅할거의 재림인 셈이었다. 이때 소빙기(小氷期)가 오면서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찾아오고 기근이 벌어지며 민생이 파탄 났고 농민들은 굶어죽기 싫으면 귀족들에게 투탁해서 반노예 상태의 객(客)으로 떨어져야 했다. 이미 널리 초토화한 진나라 수도가 함락되고 장안에 망명정부가 들어섰지만, 3년 만에 망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정치사를 보면 꼼수가 판치고 거짓이 난무한다. 그래서 꼼수로 흥한 자, 꼼수로 망한다고 했다. 실제로도 역사는 그러한 사실을 엄중히 증명하고 있다. 정치는 그래서 신의다. 신의가 바탕이 되지 않는 정치는 패도(覇道)다. 신의를 잃은 정치는 국민을 한 때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이지는 못한다. 그래서 민심은 천심이다. 흔히 개인, 가정, 단체 등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끝장이 나는 경우를 ‘망한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이 그러했고 이명박 정권이 그러했다. 한 집안도 질서가 무너지거나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게 되면 쑥대밭이 되기 십상이다. 거짓으로 흥한 자 거짓으로 망한다.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망하리

대한민국 대표 오지(奧地) 하면 전북 무진장(무주·진안·장수)과 경북 BYC(봉화·영양·청송)를 빼놓지 않는다. 여기에 강원도 영평정(영월·평창·정선)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두메산골이다. 이중 정선은 태백산맥 한가운데 위치해 영평정 중 최고 오지로 꼽힌다. 한번만 나와도 유명한 장소가 되는 TV프로그램 ‘1박2일’에 무려 다섯 번이나 등장했고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도 열한차례 방송됐다. 정선 시외버스터미널, 아우라지, 700년 보호수가 있는 유평2리와 연포분교는 영화촬영 단골이다.

오토바이 라이딩 중 색다른 재미는 TV나 영화에서 나온 촬영지를 직접 가보는 일이다. 브라운관, 스크린에서 낯익게 봐왔던 장소와 출연진들을 눈앞에서 본다는 건 짜릿한 접선이다.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도 그중 하나다. 예능 프로인 ‘백년손님’으로 유명세를 떨친 곳인데 이제는 후포항보다도 더 뜨고 있다. 후포(厚浦)라는 명칭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 청구리, 신리, 하율리가 합쳐져서 생겼다. 이는 과거 천년포라는 호수에서 후릿그물(후리 망)로 고기를 잡은 데서 후리포(厚里浦), 후릿골로 불리다 후포리가 됐다. 마을의 남쪽에 동해가 펼쳐져 있다.

오지의 대명사 정선에 있는 망하리(望河里)는 옆에 강이 흐르는데도 물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그러나 어감 상 자조 섞인 푸념이 지명과 결을 같이 하며 묘한 의중(意中)을 드러낸다. 그러나 ‘멀리 사방으로 강물을 굽어 살펴볼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유래가 더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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