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자네가 부처라는 것을 잊지 마시게
97. 자네가 부처라는 것을 잊지 마시게
  • 미디어붓
  • 승인 2021.03.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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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산에 오르면 절이 있고 절에 가면 부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에 가면 인간이 만들 불상만 자네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던가 /부처는 절에 없다네 /부처는 세상에 내려가야만 천지에 널려 있다네 /내 주위 가난한 이웃이 부처고 /병들어 누워 있는 자가 부처라네 /그 많은 부처를 보지도 못하고 /어찌 사람이 만든 불상에만 허리가 아프도록 절만 하는가// 천당과 지옥은 죽어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가 /살아있는 지금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 /내 마음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 여보시게 죽어서 천당 가려 하지 말고 /사는 동안 천당에서 같이 살지 않으려나 /자네가 부처라는 것을 잊지 마시게 /그리고 부처답게 살길 바라네. 부처답게….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나오는 ‘내 마음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

천당은 불교에서 파생된 용어로, 궁극적으로 죽어서 가는 복된 세계를 말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과 같은 의미다. 불교에서는 극락세계인 정토를, 기독교에서는 천상에 있는 하나님의 집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정 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는 것은 죽어서 가기보다, 사는 동안 인간답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천당리(충남 부여군 충화면)

우리는 언제나 하고 싶은 일들을 팽개치며 산다. 시간 때문에, 일 때문에, 돈 때문에, 아이들 때문에 안 된다는 핑계를 대며 시간을 허투루 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사는 재미가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핑계 타령을 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늙어가고 있다. 늘그막까지 세월만 갉아먹는다면 억울한 일이다. 지금이 천국이다. 지금 이 시각이 그토록 찾고자 하는 천당이다.

충남 부여군 충화면 천당리(天堂里)는 그래서 지명이 주는 느낌이 남다르다. 모든 이가 아무런 사심이나 잡념, 번뇌나 망상 없이 맑고 깨끗한 생활을 영위하는 마을로 읽힌다. 천당리는 조선 고종 32년 행정구역 개편 때 상천리와 중천리, 하천리, 당동리, 하지석리 일부가 병합돼 하천과 당동의 이름에서 가져왔다는 기록이 있다.

이 마을은 교촌과 당골, 넘어말, 천등골, 추원골, 표뜸이라는 옛 지명이 전해지고 있다. 당골은 마을에 신당이 있다 해서 생긴 이름이고, 돌창이는 조선 시대 때 사창이 있었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천등골은 천등산 밑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생긴 것이고, 추원골은 전에 추자나무가 있었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표뜸은 전에 표 씨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백충티 또는 백충재는 백제의 충신들이 넘나들던 고개라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아무튼 충남 금산에는 성당리(聖堂里)가 있고, 경남 사천에는 예수리(禮樹里), 거기다가 충남 부여에는 천당리(天堂里)까지 있으니 종교관이나 색채를 떠나 지명으로 떠나는 ‘성지순례’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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