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시대 문인들, 명사들 벗이 된 소주와 막걸리
104. 시대 문인들, 명사들 벗이 된 소주와 막걸리
  • 미디어붓
  • 승인 2021.04.1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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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동해원 짬뽕. 미디어붓DB
공주 동해원 짬뽕. 미디어붓DB

소주와 막걸리에 많은 문인들과 명사들이 울고 웃었다.

천상병은 글도 잘 쓰지만, 말도 잘하고 재치와 유머가 넘쳐 남한테 얻어먹는 술자리에서도 주인행세를 했다. 몸도 튼튼해서 아무리 술을 마셔도 탈이 없었다. 매일 술을 마시고 아무 데나 묻어가 자면서도 쓸 글은 다 쓰는 그를 두고 친구들은 속이 무쇠로 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967년 동백림사건(서울대 상과대학 재학 시)에 연루되면서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한다.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석 달 동안 물고문을 당했고, 성기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고문도 당해 자식을 가질 수 없는 몸이 됐다. 그 총명하던 재주도 언어도 어눌해졌다.

소풍처럼 왔다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고 했던 천상병은 간경화증이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천상병의 장모는 장례 때 받은 조의금 840만 원을 어디에 둘지 몰라 고민하다가 아궁이에 숨긴다. 그런데 천상병의 아내가 하늘나라로 간 남편이 추울까 봐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다음 날 아침에 장모는 돈이 잘 있나 확인하려고 부엌으로 가서 아궁이를 뒤적였다. 거기에는 불에 탄 돈 쪼가리 흔적만 남아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은행에서는 실수로 조의금이 불에 탄 사실을 인정해 400만 원을 돌려주었다.

시인들에게 술은 땔거리다. 그들은 마실 때의 즐거움과 깨어날 때의 황폐함을 즐기며 글을 잉태한다. 시인 조지훈은 주성(酒聖)이라 불렸고, 고은은 술의 지존(至尊)이라 불린다. 그는 취기와 광기를 져버리는 것은 시인에게 죽음이라며 술 예찬론을 편다. 시인 박정만은 한 해 동안 무려 1000병의 소주를 마신 적이 있다. 기형도는 20일간 100병 이상의 소주를 마시며 300편의 시를 썼다. 직장의 책상 서랍에 술병을 넣어두고 수시로 꺼내 마셨던 김광협. 이들 또한 주신(酒神)이다. 야구 감독 선동렬은 전성기에 한자리에서 소주 1박스를 마셨고, 농구감독 허재는 2박3일간 술을 마셔도 끄떡도 안해 ‘전설’이 됐다. 그러나 시인 박재삼, 박용래는 술 때문에 단명했고 김수영, 채광석은 술에 취해 귀가하다 차에 받혀 세상을 떠났다.

무능력한 남편을 단두대로 보낸 비정한 아내들이 얼마나 많은가. 옆집 아저씨, 아이들과 사사건건 비교하는 여자의 매정한 입방아 또한 얼마나 많은가. 낮엔 직장, 밤엔 집안일로 고생하는 여자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남자 또한 얼마나 많은가. 이 시대를 사는 남자와 여자들이 눈물로 술을 삼키는 이유다. 상사의 악다구니에 부하는 술잔을 들고, 부하의 불성실에 상사들도 술집으로 향한다. 이들은 모두 강소주(안주 없이 먹는 소주)를 들이키고 스트레스를 푸는 주사파(酒事派)들이다. 세상이 슬픈 ‘술퍼맨’들이다. 술과 인간은 평생 ‘친구 같은 적’으로 만난다. 요즘같이 화병 나는 세상, 허구한 날 홧술을 마시는 게 잘못이 아니라 술을 마시게 만드는 세상이 잘못이다.

강릉 교동짬뽕. 미디어붓DB
강릉 교동짬뽕. 미디어붓DB

소주리(전북 부안군 주산면)

소주(燒酎)라는 명칭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대부분은 한문으로 소주(燒酒)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소주의 상표를 잘 살펴보면 ‘술 주(酒)’자를 쓰지 않고 ‘진한 술 주(酎)’자를 쓴다. 원래 조선 시대 후기까지는 소주(燒酒)를 썼으나 일제강점기에 소주(燒酎)가 됐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소주는 세 번 빚은 술이니 알코올 농도가 높다는 뜻에서 주(酒) 대신 주(酎)를 썼다고 한다. 한마디로 소주(燒酎)는 일본식 조어다. 소주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서민을 대표하는 술이자 고단한 삶을 달래주는 친구였다.

지난 800여 년간 이 땅을 호령했던 소주를 지명으로 쓰는 동네가 있다. 전북 부안군 주산면에 있는 소주리다. ‘작은 배가 닿았다’는 뜻에서 ‘소주(小舟)’라는 지명이 생겨났다고 한다. 마을을 따라 하천이 흐르며 들이 넓게 펼쳐져 있는 마을이다. 자연마을로는 건너뜸, 구담, 밤개, 솔무랭이, 왜멀 등이 있다. 건너뜸은 왜멀 서북쪽 들 건너에 있는 마을이다. 구담은 마을 가운데 있는 못에 거북이가 살았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밤개는 밤나무가 많았다 하여, 솔무랭이는 소나무가 많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왜멀은 기와집이 많았던 동네에서 유래됐다.

경남 양산시에는 소주동(召周洞)도 있다. 2007년 웅상읍이 4개 동으로 분할될 때 주남동·소주동·주진동 등 3개 동을 관할하는 법정동이 됐다. 양산시에는 소주동은 물론, 양주동도 있다. 소주와 양주, 기막힌 조합이다. 경기 양주시에도 양주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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