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사다리는 높은 곳 오르려는 욕망의 발판
109. 사다리는 높은 곳 오르려는 욕망의 발판
  • 미디어붓
  • 승인 2021.05.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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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사다리 표지석. 미디어붓DB
사천 사다리 표지석. 미디어붓DB

우리가 도구로 사용하는 ‘사다리’는 높은 곳에 오르려는 욕망의 발판이다. 사닥다리라고도 한다. 적의 성벽을 공격하기 위해 높게 세운 망대도 사다리라고 부른다. 구름에 닿을 만큼 높게 세워졌다 하여 ‘운제’(雲梯)라고도 불렀다.

최근에는 신분을 놓고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 ‘수저론’이 자주 회자한다. 우리나라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엄격한 신분 사회로 계층 간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면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분 상승을 이룬 인물들이 제법 있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입법고시 등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불평등 타파, 유리천장 깨기 등 여러 가지 시도는 그래서 희망의 사다리였다.

문제는 다시 원점이란 사실이다. 흙수저는 흙수저이고, 금수저는 그냥 금수저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많고, 금수저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안 되는 것도 되게 만드는 온갖 불평등·불균형의 폐단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다리를 타려고 해도 허방이다. 인생 값이 혹독하다. ‘외상’이라도 긁고 미리 살아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빚이다.

한때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던 적이 있지만, 살다 보면 남아있는 ‘어른’의 시간이 두려워진다. 주어진 시간은 출발점에서 멀어져간다. 종점은 사람을 사무치게 한다. 아직은 버스에서 내릴 때가 아니니 ‘낙엽’이 아니라 둥치의 푸른 엽록소를 애써 잡고 있는 ‘잎’이다. 나이는 크게 달력 나이, 신체 나이, 정신 나이가 있다. 신체 나이는 운동으로 잡을 수 있지만 달력 나이는 인력으로 잡을 수 없다. 장미에 이유가 없듯. 꽃은 피니까 그냥 피는 것이다.

사천 사다리. 미디어붓DB
사천 사다리. 미디어붓DB

사다리(경남 사천시 축동면)

경남 사천시 축동면에 있는 사다리(士多里)는 희망을 말한다. ‘선비 사(士)’자에 ‘많을 다(多)’자를 쓰는 것을 보면 선비가 많이 살았던 고장일 것이다. 예의 바른 선비가 살았다 하여 붙여진 예동(예의골)이란 마을이 있는 걸 보면 그러하다.

인생은 높고 낮거나 때로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헤맨다. 누구나 위(上)를 지향하지만, 누구나 올라갈 수는 없다. 오히려 내려가는 일이 더 어려운 수도 있다. 위(上)는 욕망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 세상.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결혼하고 애를 낳고 집을 장만하는 꿈이 그냥 꿈으로 끝나는 현실. 사실상 ‘계층 사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와 가난은 후대에 대물림된다.

좌파 언어학자 놈 촘스키는 “부의 분배를 살펴보면 불평등은 주로 0.1%의 초부유층에서 기인하며, 이는 (미국의) 정책이 전체 국민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부유층에 막대한 이익을 주는 쪽으로 수정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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