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가족처럼 온기 전하는 목도리와 장갑
110. 가족처럼 온기 전하는 목도리와 장갑
  • 미디어붓
  • 승인 2021.05.2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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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목도리 전경. 미디어붓DB
경남 하동 목도리 전경. 미디어붓DB

목도리와 장갑리(충북 괴산군 불정면·보은군 산외면)

오토바이 라이딩을 하다 보면 가족 생각이 7할이다. 붙어있을 땐 그저 그랬는데 떨어져있는 날이 많아질수록 그리움이 커져간다. 당장이라도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 갈등은 아주 주기적이다. 그리고 집요하다. 자칫 마음을 다잡지 못하면 중도에 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집에 돌아가면 도로 아미타불이다. 그리움이란 항상 그렇다. 선택과 반전이 숨어있다. 힘들어도 핑계를 대고 돌아설 수 없다. 그래서 버티고 서 있어야 한다. 내릴 수도, 갈아탈 수도, 따라잡을 수도, 추월할 수도 없기에 버텨야 한다. 다만 ‘처량하지 않게’라는 독소조항을 단다. 물론 세상은 곧장 답을 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감감무소식이다. 왜냐하면 미리 ‘답’을 주면 어떤 ‘문제’에 봉착해도 스스로 풀 수 없어서다. 상처 입은 꽃이 향기를 뿜는 법이다.

목도리와 장갑은 온기다. 가족처럼 세트다. 함께 있어야 더 따뜻하다. 어느 한 개라도 없으면 허전해진다. 방한용으로 남녀가 같이 쓰는 머플러, 방한·방서·방진용으로 어깨를 덮을 수 있는 숄, 모피나 우모로 가늘고 길게 만든 감촉이 부드러운 여성용의 보아(boa), 목에 걸거나 머리를 싸매는 네커치프, 방한과 장식용으로 길게 만든 스톨 등이 있다. 이들은 온도에 따라 쓰임을 바꿔가며 사랑의 농도를 맞춘다.

재밌는 건 충북 지명에 ‘목도리’와 ‘장갑리’가 있다는 거다. 충북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牧渡里)는 조선 시대 말을 먹였던 곳을 목나루라고 한데서 유래했다. 자연마을로는 개실, 강당말, 물갯말 등이 있다. 강당말은 산 밑에 강당이 있었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물갯말은 목도리에서 가장 큰 마을로 괴강의 가장자리에 있어 붙은 이름이다. 경남 하동군 하동면 목도리(牧島里) 역시, 조선 시대 때 말을 놓아먹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서쪽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있으며, 동쪽으로 횡천강이 흘러가고 있다.

충북 보은군 산외면 장갑리(長甲里)는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남악(南岳), 벌말, 적말, 안말, 새말을 병합하여 장갑리라 했다고 한다. ‘장갑’이란 지명은 산언덕이 작게 돌출된 지형을 뜻한다고 전해진다.

경남 하동 목도리 전경. 미디어붓DB
경남 하동 목도리 전경. 미디어붓DB

(스토리Ⅰ)그는 어려서 학대를 받았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 자수성가했다. 이후 아들이 생겼고 인생의 목표였던 최고급 스포츠카를 구입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차를 손질하러가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주변을 살펴봤다. 그런데 어린 아들이 스포츠카에 못으로 낙서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성을 잃은 그는 손에 잡힌 공구로 아들의 손을 가차 없이 짓뭉개버렸고 아들은 결국 손을 절단해야 했다. 수술에서 깨어난 아들은 아버지에게 잘린 손으로 울며 빌었다. “아빠, 다신 안 그럴게요. 용서해주세요.” 집으로 돌아온 그날 저녁, 아버지는 차고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의 아들이 새긴 낙서는 다름 아닌 ‘I love daddy(아빠 사랑해요)’라는 글자였다.

(스토리Ⅱ)초등학교 때 한쪽 눈이 없는 엄마가 학교를 찾아왔다. 아이들은 “너네 엄마는 눈 없는 병신이냐”며 놀렸다. 아이는 엄마가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월은 흘러 사내도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았다. 이 행복이 깊어갈 때쯤, 낯선 이가 초인종을 눌렀다. 엄마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당장 나가요. 꺼지라고요.” 그러자 엄마는 “죄송합니다. 제가 집을 잘못 찾아왔나 봐요”라며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편지가 날아왔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제 다시는 찾아가지 않을게. 어렸을 때 네가 교통사고가 나서 한쪽 눈을 잃었단다. 그래서 내 눈을 주었단다. 그 눈으로 엄마 대신 세상을 하나 더 봐주는 네가 너무 기특했단다. 난 너를 한 번도 미워한 적이 없단다. 너를 많이도 사랑한다.”

유튜브에 떠도는 이야기인데 픽션이어도 슬프고 논픽션이어도 슬프다. 그렇다. 사람들은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잃어버리고서야 실감한다. 자칫 잘못하면 우린 ‘스포츠카’도 잃고 더 소중한 ‘자식’도 잃을 수 있다. 또한 ‘내 눈’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의 눈’도 잃을 수 있다. 우리는 사랑받을 줄만 알지, 사랑 주는 방법에는 미숙하다. 사랑에 관한 한 무한 이기주의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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