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용서’는 아름답지만 ‘용서’가 힘든 이유
113. ‘용서’는 아름답지만 ‘용서’가 힘든 이유
  • 미디어붓
  • 승인 2021.06.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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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용서길. 미디어붓DB
부안 용서길. 미디어붓DB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퇴물 총잡이와 사악한 보안관의 극명한 대조를 통해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그려낸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총이 등장하지만, 사람을 죽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총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음으로써 인간들의 도덕적인 자기성찰을 보여주는 데 동원된다.

주인공 윌리엄 머니(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보여주는 캐릭터 역시 서부극 영웅의 모습에서 벗어난다. 은퇴한 그는 현상금 때문에 다시 실전에 나서지만, 막상 결전의 순간에는 숨겨왔던 자신의 화려한 총잡이 기술을 보여주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그는 가차 없이 살육하던 무법자가 아니라 과거의 과오로 인해 여전히 죄의식에 시달리고 있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영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마리나 칸타쿠지노가 저술한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끌어안고도 복수 대신 용서를 결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세계적인 자선단체 ‘용서 프로젝트(THE FORGIVENESS PROJECT)’를 통해 용서 경험을 공유한 46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학대나 폭력, 테러, 학살, 전쟁 등으로 물리적·정신적 외상을 입었지만, 복수를 하는 대신, 용서와 씨름해 온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종교적·사회적 갈등이 범람하는 어두운 미래의 문턱에 서 있는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할 이유를 깨닫게 만든다.

그렇다면 용서하지 않는 것과 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우리는 왜 용서해야 하는가. 용서하면 피해자가 분노나 복수의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가해자의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인가. 용서는 언제 해야 적절한가. 용서에는 반드시 전제조건이 있는가.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강남순 교수가 쓴 <도대체 용서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그러한 물음에 관한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또 용서의 지평이 얼마나 복잡한지도 보여준다.

물론, 용서만큼 어려운 것도 많지 않다. 그러나 용서처럼 큰일도 적지 않다. 죄인에게 내려지는 가장 큰 형벌이 용서라는 말도 있다. 용서는 어렵지만 그래서 아름답다. 범죄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지만, 용서는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부안 용서리
부안 용서리

용서마을(용서길)(전북 부안군 상서면)

‘난 괜찮다’는 말은 ‘난 아프다’는 뜻이다. ‘화나지 않는다’는 말은 ‘화가 나지만 참는다’는 얘기다. 미소는 역설적이지만 행복하지 않을 때 자주 나타난다. 딸의 감정은 어머니에게 전염되는데, 어머니의 감정은 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버지의 감정도 아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스타 한 명의 비보가 전해지면 평균 600명이 그 영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역린(逆鱗)은 왕의 분노가 아니라, 국민의 노여움이다. 세월(歲月)은 파괴적이다. 기억을 잠식한다. 분노하되 길을 잃지는 말자. 어느 쪽으로 가느냐보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

전북 부안군 상서면 용서리(龍西里·용서마을)에 가면 용서길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회개하면 용서해주는 길은 아니다.(도로명주소로 생긴 길이다) 마을버스 승강장 옆에는 ‘용서마을’이라는 큰 표지석이 있어 눈길을 끄는 그곳에는 쑥실, 용동리, 원용서 등이 있다. 쑥실은 한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가다가 바둑을 두고 있는 노인들을 정신없이 들여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자기 도끼를 찾아 바삐 돌아와 보니 살던 곳이 대밭이 되어 버렸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용동리는 용서 동쪽에 있는 마을을 말한다. 원용서는 용서리의 원마을을 말한다.

전북 완주군 이서면 용서리(龍棲里)는 용숫골이라 불리는 원용서(元龍棲), 게다리라 불리는 해교(蟹橋)라는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다. 원용서는 부근에 폭포수가 떨어지는 용소가 있어 생긴 이름이고, 해교는 마을 지형이 게다리와 같다든가 마을에 게가 엎드린 것과 같은 지형의 복해혈이 있어 그런 이름을 붙이게 됐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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