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노안면(老安)은 노인들이 편안히 살 수 있는 곳
117. 노안면(老安)은 노인들이 편안히 살 수 있는 곳
  • 미디어붓
  • 승인 2021.07.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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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노안 가는 길. 미디어붓DB
나주 노안 가는 길. 미디어붓DB

노안면(전남 나주시)

고동색 가방에 제비 한 마리 박힌 행낭을 둘러메고 우편집배원이 걸어온다. 동구 밖은 이미 ‘빨간 행복’으로 충만하다. 소싯적 행복 배달부는 동네 대소사를 모두 꿰차고 있는 마당발이었다.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조차 알았고, 품 딸릴 땐 농사를 거들었으며, 글에 어두운 할머니를 위해선 편지도 써주었다. 대가는 정이 듬뿍 담긴 냉수 한 사발. 어쩌다 슬픈 소식이라도 전할 때엔 집배원도 함께 울었다.

우린 밤새워 쓴 연애편지를 찢고 또 찢다가 새벽이 돼서야 우표에 침을 발랐다. 그리곤 우체통 앞에서 우편번호와 주소를 수없이 확인했다. 하지만 결국 보내지 못하고 그냥 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주일쯤 지난 뒤 집배원이 동구 밖에 나타나면 행여나 ‘순이’ 편지일까 달음박질을 했다. 하지만 집배원에게 받아든 한 통의 편지엔 절망의 도장이 찍혀있었다. ‘수취인 불명….’

낯선 도회지를 갈 때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주소가 적힌 한 장의 쪽지와 한 줌의 불안감이었다. 전화기가 별로 없던 시절, 그 쪽지에 적힌 주소는 하룻밤 거할 유일한 ‘처소 증명서’였다.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는 거의 까막눈 수준이었다. 미아가 되느냐, 감격의 상봉을 하느냐 가슴이 콩닥거렸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 이제는 첨단 휴대전화와 내비게이션이 ‘김 서방의 바늘’까지 찾아준다. 단풍잎 하나 슬쩍 끼워 보내는 편지도 행방불명이고, 애절하게 누군가를 찾을 이유도 없어졌다. 하지만 그 작은 ‘불편’이 되레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노안(老眼)’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탄성력이 감소하여 조절력이 떨어지는 안질환을 뜻한다. 초로(初老)의 ‘눈’은 시력을 잃으며 세상의 시선까지 놓친다.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많은 것을 읽지 못하니 눈과 귀가 어둡다. 노안은 곧 노화를 말하고, 이는 곧 ‘눈의 늙음’을 말한다. 신문이나 책을 볼 때 안경을 들어 올리는 모습은 ‘눈의 절규’다. 이때부터는 돋보기나 졸보기에 의존해야 한다. 돋보기는 먼 것은 잘 보고 가까운 것은 잘 보지 못 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이 쓰는 안경을 말한다. 눈의 굴절 이상으로 물체가 바로 보이지 않는 난시(亂視)는 어릿보기라고 한다. 졸보기는 가까운 것은 잘 보고 먼 것은 잘 보지 못할 때 쓴다.

돋보기와 졸보기는 ‘돋다’와 ‘졸다’에서 나온 말이다. ‘돋다’는 해가 돋는다, 새싹이 돋는다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 희망이다. 반대로 ‘졸다’는 ‘줄다’의 작은말로 ‘찌그러지다’와 통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싹수가 안 보이는 말로 보면 된다. 그래서 진화(進化)는 우리말로 돋되기, 퇴화(退化)는 졸되기라고 하는 것이다.

전남 나주시 노안면(老安面)은 한자로 보면 노인들이 편안히 살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안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이로(伊老)와 금안(金安)이 합성된 지명이라고 전해질 뿐 정확한 유래는 알려지지 않다. 북·동쪽으로 광주광역시, 서쪽으로 문평면(文平面)에 접한다. 면의 서계(西界)를 노령산맥의 지맥이 남북으로 뻗어 있고, 대부분의 지역이 해발고도 20m 내외의 구릉지와 영산강의 지류인 황룡강(黃龍江)의 범람원으로 형성된 비옥한 나주평야의 일부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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