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기자들의 무덤’처럼 느껴지는 ‘오보’리
120. ‘기자들의 무덤’처럼 느껴지는 ‘오보’리
  • 미디어붓
  • 승인 2021.08.0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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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오보리 가는 길. 미디어붓DB
영덕 오보리 가는 길. 미디어붓DB

오보리(경북 영덕군 영덕읍)

불면증을 앓는 기자(記者)들이 많다. 특종과 낙종, 그리고 오보(誤報) 때문이다. 오보란 어떠한 사건이 그릇되게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오보는 곧 오욕이고 되돌리고 싶지만 되돌리기 쉽지 않은 불명예다. 기자들이 오보를 내지 않는 비결은 발로 뛰는 것이다. 귀동냥으로 글을 쓰거나, 현장에 가지 않고 쓰는 기사는 오보 가능성이 높다.

가끔 데드라인(deadline)에 쫓겨 오보를 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핑계다. 원고를 마감하는 시간을 데드라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취재기자가 원고를 제때 마감해야 편집기자가 기사의 분량과 지면 배치를 따져 제목을 뽑고 편집을 하게 된다. 편집된 기사는 교열과 제판을 거쳐 윤전기를 통해 신문의 모습을 드러내고, 이내 발송차에 실려 독자들에게 배달된다. 이 과정이 늦춰지면 독자들이 직장에 출근한 뒤 집으로 신문이 배달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겨 오보를 내면 ‘죽음의 선’이라 불리는 데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것보다도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시말서(경위서) 제출은 물론 자칫하면 사표를 내는 일까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 활판인쇄 당시 식자공(植字工)의 실수로 대통령(大統領)을 견통령(犬統領)으로 내보냈다가 폐간 내지 정간된 신문사가 서너 곳이나 된다. 조판 활자 크기가 작아 대(大)와 견(犬)을 분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편집국 간부들은 물론 사장이 구속되고 책임자는 퇴사 당했다. 이 사건은 반세기가 넘도록 언론계에서 회자될 정도로 ‘전설적인 오보’의 사례로 남아있다. 또 어느 신문은 제목에 ‘韓-日’을 ‘日-韓’으로 표기하는 바람에 미군정법령에 의거해 창간 9년9개월 만에 폐간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일로 폐간까지 시킨 것은 가혹한 것이 아니냐고 할 지 몰라도 당시 서슬 퍼런 시대상황은 한 신문의 운명을 그렇게 만들고야 말았다.

오보는 특종과 낙종에 대한 부담, 경쟁 매체와 기사 대결, 마감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에 따라 빚어지기도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언론 매체 종사자의 전문 지식 부족이나 정보력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오보가 발생할 경우 기자나 언론 매체는 명예나 신뢰가 추락한다. 그러나 오보의 주체가 되는 행정기관이나 기업, 대상 인물은 크나큰 이미지 손실과 함께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보게 된다.

오보의 유형을 보면 객관적 사실의 오류, 부적절한 정보 선택의 오류, 부분적인 진실의 오류, 현실과 보도의 불일치, 오보의 확대 재생산, 관점과 해석의 부각 오류, 의도적인 왜곡, 과장의 왜곡, 편집의 왜곡이 그것이다. 오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 및 정정 보도를 청구하거나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사 스스로 오보를 내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일이다. 반론 보도, 정정 보도에도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기자들의 무덤’처럼 느껴지는 ‘오보’리라는 지명은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바위가 까마귀(烏)의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올치미라고 부르다가 훗날 오보(烏保)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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