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하루하루 ‘호구’가 되는 투명인간 사회
122. 하루하루 ‘호구’가 되는 투명인간 사회
  • 미디어붓
  • 승인 2021.08.1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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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챙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얼굴을 붕대로 가린들 투명인간이 될 수는 없다. 그놈이 그놈인 것을 모두들 안다. 투명인간이 된다는 건, 욕망을 방해하는 갑갑한 시스템과 작별하는 일이다. 무얼 보든, 무얼 먹든, 무슨 짓을 하든, 막을 사람은 없다.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투명인간이 돼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걸 고르라면, 여자 목욕탕에 들어가는 일과 은행(銀行) 터는 일일 것이다. 시험 문제지를 도둑질하고,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고, 미워하는 작자를 혼내주는 일 따위는 뒷순위다.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이유는 ‘권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투명인간이 되면 절대 권력이 되고, 절대 권력은 또 다른 절대 권력을 낳는다.

요즘 투명인간은 ‘안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투명인간은 익명성이다. ‘나를 좀 봐 달라’는 하소연에도 타인들은 좀처럼 봐주지 않는다. ‘거기에 내가 있다’고 손짓해도 다가오지 않는다. 중산층 몰락, 비정규직, 청년실업, 이 불안정한 하류사회는 안 보이는 투명인간에 대한 갈망과 눈에 띄지 않는 투명인간을 양산하고 있다.

가시밭길에서 살지언정 타인만큼은 꽃길을 가도록 배려했던 이들마저 해 저문 인생의 벼랑으로 떠밀린다. 춥고, 배고프고, 아파도, 끙끙대며 하루를 살아가는 투명인간들…. 단 1분이라도 안 보이는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것은 힘들이지 않고 돈을 벌거나, 힘들이지 않고 미색(美色)을 탐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이런 발칙한 상상들은 바로 절름발이 사회가 나은 망상이다.

인간의 잔혹함은 끝이 없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뼈를 이용한 무기로 살해하는 법을 익혔다. 베이징원인은 두개골에 구멍을 내어 뇌를 파내는 식인종이었고,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 역시 동족을 잡아먹는 식인종이었다. 인간의 선행과 구제, 자비와 평화는 막간에 잠시 비치는 햇빛 정도에 불과하다. 우린 보이지 않는 진짜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이는 악당이 되거나, 악당을 응징하고 싶어서다. 한없이 슬픈, 이 불온한 상상은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다.

호구리(전남 진도군 임회면)

전남 진도군 임회면 호구리의 ‘호구(虎口)’는 한자 뜻대로 범의 아가리다. 호구리가 속한 용호리는 본래 진도군 임일면의 지역으로서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용산리, 도장리와 함께 호구리를 병합하여 용산과 호구의 이름을 따서 용호리라 했다. 여귀산(女貴山)에서 분기한 산릉을 배후산지로 하고 앞에는 석교천(石橋川)의 지류가 흐른다. 석교천의 지류 건너 마을 맞은편에는 대곡산-삼막봉-대학봉-봉호산로 이어지는 산릉이 펼쳐져 있다. 100~200m 정도로 높지 않다. 군도가 마을 앞을 지나 의신면과 연결되고, 광석초등학교 부근에서는 국도 18호와 연결되어 진도읍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호구(虎口)는 ‘범의 아가리’를 뜻하는 말이지만, 주로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호구 같은 고객을 가리켜 ‘호갱’이라고도 한다. 이른바 바가지 씌우기 좋은 사람을 일컫는다. 잠시 한눈을 팔거나 딴생각을 하면 호구 되기 십상이다. 오죽하면 눈 뜨고도 코 베가는 세상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럼 어떻게 해야 호구 소리를 듣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직장 동료가 곤란한 일을 도와달라고 할 때, 친한 선배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아내를 떠올려 보라. 처음부터 너무 쉽게 받아주면 나중에는 당연하다는 듯 요구하는 게 인간사다. 처음부터 ‘YES’라고 말하다가 나중에 ‘NO’라고 말하면 욕을 얻어먹는 것은 물론, 관계까지 어그러지게 된다. 그들은 또 당신이 모든 것을 받아주면 착해서가 아니라 호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조숙녀 군자호구(窈窕淑女 君子好逑)’라 했다.

그윽하고 정숙한 숙녀는 군자의 좋은 짝이요, 행실과 품행이 고운 여인이야말로 군자의 좋은 배필이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호구는 무지렁이가 아니라 곧 좋은 배필이라는 뜻이니, 여자 말을 들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미국이 사상가이자 시인이기도 한 랠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은 “그대의 선량함에는 반드시 가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선량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누구나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그저 착하기만 하고 물러터진 사람은 ‘호구’로 본다. 무조건 타협하는 것은 잘못이다. 적당히 물러서고 참게 되면 그만큼 설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낮추는 것도 옳지 않다. 처음에는 깐깐하게 굴고 나중에 관대하게 행동해야 무시를 당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함부로 경계를 넘어오지 못하도록, 한계선을 확실하게 그어놓는 자신만의 원칙이 바로 설 때 상대도 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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