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전두환·노태우의 ‘아사리판’ 계란프라이
124. 전두환·노태우의 ‘아사리판’ 계란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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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2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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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구치소에서는 계란 프라이 주나?”(전두환 전 대통령)

“안 줍니다”(노태우 전 대통령)

“우리도 안 줘”(전두환).

12·12 사건과 5·18 사건으로 나란히 법정에 출석했던 두 사람이 처음 나눈 대화는 ‘구치소 계란 프라이’ 문답(問答)이었다. 대통령 범죄자들의 한심한 대화다. 단죄를 받는 그 순간에도 계란프라이(餓死: 굶어 죽음, 여기서는 반찬 타령)가 그렇게 중요했을까. 아사리판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지만, 친구 따라 대통령이 된 것은 아마 노 씨가 유일무이하다. 전 씨는 40년 가까이 그림자 심복이었던 그에게 자신이 맡았던 공직을 다섯 차례나 넘겨줬다. 노 씨는 내무장관 시절 전 씨 전갈을 받고 “내가 지금 감기가 몹시 들었는데 대통령에게 옮기면 안 되니 다음으로 미뤄 달라”고 했다. 그렇게 군신 관계에 철저했던 노태우도 대통령 당선 뒤엔 180도 달라졌다. 그는 자신의 등 뒤에서 ‘상왕’ 노릇을 하려던 전두환의 계획을 무산시켰고 백담사로 유배까지 보냈다. ‘보통사람’ 노태우도 ‘보통이 넘는’ 전두환의 비위를 더 이상 맞출 수 없었던 것이다.

굶어 죽지 않고, 먹고 사는 문제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걷는 것은 문자(文字)보다 빨랐다. 먹는 것은 언어보다 빨랐다. 인류의 조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남쪽 원숭이)는 활엽수림이 줄어들고 지구대가 건조해지기 시작한 600만 년 전, 나무에서 내려왔다. 나무에 매달려 네발로 기던 원숭이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진화였다. 앞다리를 들어 직립보행을 하니 사냥이 수월해졌다. 또한 두 발로 걸으니 두 손이 남았다. 그 두 손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획기적이었다. 아무리 진화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해도 두개(頭蓋)용량이 현생인류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 고릴라였을 뿐이다.

호모하빌리스(손쓴 사람)에 이어 탄생한 호모에렉투스(곧선사람)는 꼿꼿하게 서서 다녔고 ‘불’을 만들어 썼다. 꼿꼿하게 선다는 건 멀리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뇌의 용량이 커져 도구를 사용한 호모사피엔스(슬기 있는 사람)는 점차 뛰기 시작했다. ‘걷기’에서 ‘뛰기’로 업그레이드하자 사냥감이 늘었고 진화의 속도 또한 빨라졌다. 현대인의 외모와 지능을 거의 갖춘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슬기+슬기 사람)는 속도를 조절하며 달렸다. ‘걷기’는 단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뛰기’ 위한 엔진으로 DNA를 바꾼 것이다. 모든 것이 죽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사리(경북 경산시 진량읍)

‘아사(餓死)’는 굶어 죽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지만, 아직도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케냐 등에서는 굶주림으로 죽은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12억 명 이상이 기아(飢餓)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북한 주민의 37%도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보릿고개를 넘어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난다. 먹을 게 남아돈다. 일부 정치인들은 명분이 없는 ‘배부른 단식’을 한다. 배고픈 적이 없으니 배고픈 이의 고통을 알 리가 없다. 배고픈 적이 없으니 툭 하면 단식 퍼포먼스다. 진짜 배고픈 것이 어떤 느낌인지 모를 것이다. 배고픔은 딱 ‘죽을 만큼’의 고통이다.

흔히 몹시 어지러운 속세의 정치판을 ‘난장판’이라고 한다. 개들이 진흙탕에서 물고 뜯으며 싸우는 걸 이전투구(泥田鬪狗) ‘개판’이라고 하고, 막다른 데에 이르러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이판사판’이라고 한다.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엉망인 상태는 ‘아사리판’이라고 일컫는다. ‘아사리’는 빼앗는 것을 의미하는 ‘앗다(奪)’의 줄기 ‘앗’에 관형사형 어미 ‘을’이 붙고 아래 사람을 나타내는 어미 ‘이’가 붙어 ‘앗을이’가 됐고, 그 말에서 ‘아사리’가 됐다는 설이 첫 번째다.

또한 일본말 ‘아사리(あさり)’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아사리(浅蜊)는 원래 조개의 일종인 바지락을 뜻하는데 다른 조개와 달리 바지락이 담긴 그릇은 흔들릴 때 ‘사그락사그락’ 소리가 난다고 하여 ‘아사리판’이 됐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인도 범어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산스크리트 어에서 덕망이 높은 스님을 ‘아사리(acarya)’라고 하는데 이를 중국어로 전사하여 ‘阿牀利(아상리)’ 혹은 ‘阿遮利夜(아차리야)’가 되었다는 설이다. 그러나 아사리판은 원칙과 정도(正道)가 없고 편법과 사도(邪道)가 횡행하는 말법(末法)의 시대를 일컫는 무질서한 상황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쓴다. 그중에서도 정치판을 빗대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경북 경산시 진량읍 아사리(阿沙里)는 아사리판과 달리, 평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마을 남쪽에 신곡지, 개양지, 상곡지, 대곡지 등이 분포해 있으며, 북쪽에는 아사들과 국개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아사리는 금학산 밑 둔덕 위에 위치한다 해서 ‘아새’ 또는 ‘아학’이라 불리다가 아사 마을이라 개칭되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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