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얼굴은 3개월 가고, 성격은 30년 간다
133. 얼굴은 3개월 가고, 성격은 30년 간다
  • 미디어붓
  • 승인 2021.08.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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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 냉정마을. 미디어붓DB
전북 부안 냉정마을. 미디어붓DB

냉정리(냉정마을)(전북 부안군 보안면), 매정리(경북 안동시 녹전면)

부부는 서로에 대해 3주간 연구하고, 3개월 사랑하다가, 다시 3년을 싸우고, 30년을 참고 견딘다고 한다. 얼굴은 3개월 가고, 성격은 30년 간다고도 한다. 그런데 지금 내 곁에 돌아누워 있는 아내는 지구 한 바퀴를 돌아야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사람이다. 참는 게 좋아서 참는 사람은 없다. 참아야 불편해지지 않기에 참는 것이다. ‘냉정(冷靜)’은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침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냉혹(冷酷)’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냉정리(냉정마을)라는 지명이 많다. 전북 부안군 보안면을 비롯해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부산시 사상구 주례동,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전북 김제시 연정동,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과 포천시 관인면, 충남 아산시 인주면, 경남 진주시 집현면에 냉정리(冷井里)가 있다. 이들 마을의 공통점은 ‘찬우물’ 또는 ‘냉정물’, ‘찬샘’이라는 우물이 있어 지명이 유래됐다.

천재 시인 이상은 금홍과 헤어진 뒤 일종의 도피처로 신여성 지식인 변동림을 선택했다. 소설 ‘실화(失花)’에서 이상은 변동림이 사귄 남자의 수(數)를 캐묻는다.

“몇 번?” “한번” “정말?” “정말 하나예요”

“말마라” “아뇨 둘” “잘 헌다” “셋”

“잘 헌다, 잘 헌다” “넷” “잘 헌다, 잘 헌다, 다섯 번 속았다.”

이상은 아내가 간음했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조관념에 엄격한 도덕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둘은 햇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셋방에서 신접살이를 시작했다. 변동림은 이상의 폐결핵 약값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본인이 운영하는 술집에 나갔다. 그러나 결혼생활 불과 넉 달 만에 둘은 갈라섰다. 사별(死別)이었다. 변동림은 얼마 뒤 화가 김환기와 재혼했다. 그토록 정조(貞操)를 원하던 이상의 사랑은 허무한 죽음으로 끝났다.

화순 매정리 가는 길. 미디어붓DB
화순 매정리 가는 길. 미디어붓DB

바람 소리, 빗소리, 파도소리, 시냇물 소리, 풀벌레 소리, 대죽 소리는 생명의 리듬이다. 이런 자연음들이 인공음(音)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니 낮은 목소리들이 없다. 다 들리는데 고함을 친다. 사방을 둘러봐도 모두 ‘통화 중’이고 ‘공사 중’이며 ‘시위 중’이다. 공동주택 가구 중 절반 이상이 층간소음의 가해자다.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윗집 가해자와 만나기도 하지만, 그는 이미 이웃사촌이 아니라 ‘아웃’ 됐으면 하는 이웃이다.

‘칵테일 파티 효과’라는 게 있다. 쿵쾅거리는 소리에 한번 짜증이 나면 그다음부터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더 예민해지고, 나중엔 온통 위·아랫집 소음만 들린다는 것이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은 착각이다. 큰소리로 냉갈령 한 번 부려보려는 수작에 지나지 않는다. 소음과 잡음의 차이는 ‘불쾌감’의 차이다. 만약 불쾌감을 느꼈다면 소음이다. 그렇다면 매정한 이웃에게 조용히 소리쳐라.

“우리, 귀 안 먹었다.”

경북 안동시 녹전면에 매정리(梅井里)가 있다. 매화낙지형의 명당이 있다는 골매(골매리)와 새미(신정)마을의 이름을 따 매정리라고 했다고 한다. 신암폭포가 유명하다.

전북 정읍시 옹동면 매정리(梅井里) 역시, 비슷한 유래(골매+새터)를 지니고 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는 매정마을의 ‘매’ 자와 양정마을의 ‘정’ 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남 화순군 이양면 매정리는 마을 뒷산의 형세가 매화형국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 매정리(梅亭里)는 바닷물이 마을의 매화나무 있는 곳까지 닿는다 하여 매착개(梅着浦)로 불리다 매차개로 변한 후 매화나무 옆에 정자를 지었다 하여 매정리(梅亭里)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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