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마누라는 며느리이자, 엄마, 여자, 아내
134. 마누라는 며느리이자, 엄마, 여자, 아내
  • 미디어붓
  • 승인 2021.08.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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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고부리. 미디어붓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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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리(전북 정읍시 고부면)

웃기지 않은 우스갯소리가 있다. 남자가 나이 들면서 필요한 것은 ①마누라 ②아내 ③애들 엄마 ④집사람 ⑤와이프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자가 나이 들면서 필요한 것은 ①돈 ②딸 ③건강 ④친구 ⑤찜질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남자가 세 여자 말만 잘 들으면 평생을 편하게 지낸다는데 누구일까. 정답은 ①마누라 ②캐디 언니 ③내비(내비게이션) 언니다. 나이 들면서 필요한 것도 아내고, 아내의 말을 잘 들어야 평생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고부 사이에서도 그렇다. 고부 갈등은 남편이 중간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아내가 ‘힘들지만 감내하고 사느냐’와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로 갈린다. 이때 남편이 명심해야 할 것은 자신의 중심축은 엄마가 아니라 아내라는 전제다. 남자는 자신이 부모의 곁을 떠나 한 가정을 이룬 이상, 본인의 우선순위는 더 이상 엄마가 될 수 없다. 아내가 기준이고 중심이다. 이건 엄마를 향한 효도와 별개의 문제다. 이 중심이 바로 잡혀 있어야 길이 보인다. 고부간 갈등에서 정작 아내가 힘들어하는 건, 시어머니의 아들을 향한 이기적인 애착도 한 몫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날 지켜주고 변호해줘야 할 남편이 매번 아무 말도 못 하거나 오히려 엄마 편을 들어서다.

시어머니도 며느리이자, 엄마, 여자, 아내로 수십 년을 살았다. 며느리 또한 며느리, 엄마, 여자, 아내로 살고 있다. 같은 처지다. 같은 색깔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고부 간 갈등은 ‘같음’을 공유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며느리, 엄마, 여자, 아내로 사는 입장을 이해하면 된다. 결국은 둘 다 여자의 인생이다.

전북 정읍시 고부면 고부리(古阜里)의 지명은 <삼국사기지리지>에 ‘고부군은 본시 백제의 고묘부리군(古眇夫里郡)으로 경덕왕이 이름을 고쳐 지금도 그대로 하며 영현이 셋이다’라는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고부’로 정한 정확한 유래는 전해지지 않지만, 이미 삼국시대부터 고부리로 불려왔음을 알 수 있다.

부안 장서리. 미디어붓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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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장서리

‘장서(丈壻)’는 장모와 사위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칭하는 고부와 대칭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딸 둔 죄’로 한평생을 두고 늘 어려운 손님으로 맞이한다는 의미에서 ‘백년손님’ 또는 ‘백년지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이 변하면서 그 말도 조금은 무뎌지는 느낌이다. 가깝지만 어렵고도 어색한 사이라고 하나 고부처럼 갈등 관계도 아니다. 아내(딸)의 힘이 점차 커진 이유도 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이고, 사위 사랑은 장모다. 남편은 ‘남의 편’이 아니다. 아내는 ‘내 안’에 있다.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과 사는 이가 며느리고 바로 사위다.

아내의 어원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안’과 ‘해’가 결합해 ‘집 안의 해’라고 풀이 하기도 한다. 이는 남한에서는 아내, 북한에서는 ‘안해’라고 부르는 것에 기인한다. 물론 ‘안해’의 ‘해’는 태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부를 때 붙이는 접미사다. 안(內)ㅎ+ㅐ(~인 것)→안해→ㅎ탈락→아내로 변했다고 한다. 집 안에 있으니 ‘안’이고 밖에서 주로 있으니 ‘바깥(양반)’이다. 서방(書房)은 그 옛날 남편들이 서재에 틀어박혀 산다 해서 서방이다. 부부 중에 여자 쪽이라 하여 ‘여편(女便)’, 남자 쪽이라 하여 ‘남편(男便)’이다. 어찌 됐든 부부간, 고부간, 장서간 푸른 배춧속처럼, 때론 양념과 조미료처럼 살갑게 지내야 가족은 맛있게 발효된다.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장서리(長西里)는 800여 년 쯤 정상준과 오복덕이란 사람이 개척한 마을로, 마을의 지형이 서쪽으로 길게 뻗쳐있다 하여 장서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자연마을로는 상(上)장서리와 하(下)장서리가 있다. 상장서리는 정상준이 개척한 마을로서 위에 있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고, 하장서리는 오복덕이 개척한 마을로 아래에 있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전북 부안군 상서면에도 장서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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