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잘난 남자 뒤에는 더 훌륭한 여자가 있다
135. 잘난 남자 뒤에는 더 훌륭한 여자가 있다
  • 미디어붓
  • 승인 2021.08.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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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리와 외조리(경남 의령군 칠곡면)

‘잘난 남자 뒤에는 더 훌륭한 여자가 있다’는 말이 있다. 남편의 사회생활이나 출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곧 아내의 내조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내조지공(內助之功)’이라고 한다. 현명한 아내의 내조라 하여 ‘내조지현(內助之賢)’이라고도 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서 ‘외조지공(外助之功)’이라는 말도 자주 쓰인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사라졌다면, 상상 초월이다. 집안 꼴이 돼지우리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일단, 아이들 등교가 문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챙겨주어야 하는데 맘만 있고 몸이 안 따른다. 아이가 어릴수록, 아이가 많을수록 더 큰 문제다. 아침밥 대신 만 원짜리 지폐가 대신하고, 책가방 싸주는 것도 챙겨야 한다. 빨래며, 설거지며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사라졌다면, 이 또한 상상 불가다. 넋 나간 전구는 졸고 있고, 고장 난 세면대는 물 천지다. 전업주부라면 아이들 용돈에 생활비는 누가 대고, 맞벌이 부부라 해도 가장의 역할을 누가 대신 할 것인가, 가정의 맥박이 멈춘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인 것은, 둘(2)이 만나 하나(1)가 됐다는 의미다. 외조든 내조든, 위무(慰撫)하며 사는 것이 백년해락(百年偕樂)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남 의령군 칠곡면에 있는 내조리와 외조리는 이름만으로도 매우 상징적이다. 마소의 먹이를 주던 ‘구유(구시골)’가 있었다 하여 ‘구유 조(槽)’자를 써 내조리(內槽里)와 외조리(外槽里)다.

‘기러기’는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기러기다. 이는 한결같은 부부애, 자식애를 상징한다. 기러기는 짝이 죽으면 홀로 여생을 마치고, 산에 불이 나면 품은 새끼와 함께 타죽을 정도로 가족 사랑이 유별나다. 온갖 풍상과 곡절 속에서 짧은 세상을 살면서도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못하고 등골이 휘는 외로운 철새다.

‘기러기아빠’는 아내와 자식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 홀로 남아 뒷바라지를 하는 중년의 가장을 말한다.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어 정기적으로 가족을 만나러 나가는 ‘원조 기러기 아빠’, 언제든지 자신이 원할 때마다 해외로 날아가는 ‘독수리 아빠’, 가족들이 돌아올 때까지 홀로 사는 ‘펭귄(날지 못하는 새) 아빠’가 있다.

유학 간 ‘기러기’들은 아빠보다는 돈을 손꼽아 기다리고, 기러기아빠는 월평균 400만 원을 송금하느라 날갯죽지가 저리다. 현재 기러기 가족은 50만 명이 넘고, 매년 2만 명이 새로운 대열에 합류한다. 뻔한 수입에서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며 90% 이상을 송금하는 삶의 무게는 실로 고단하다. 그러나 정작 슬픈 건 생이별이다. 그 외로움은 뼈와 피를 육신의 끝으로 몰아친다. 적막강산 텅 빈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며 사는 게 쉽지 않다. 이별보다 더한 괴로움은 없고 생이별보다 더한 아픔은 없다.

비행기 표 살 돈이 없어 오랫동안 가족을 못 만난 이가 유서를 남겼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미안하다. 아빠처럼 살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 정말로 숨 막히는 세상이다.”

반세기 동안 생사도 확인 못 하고 지내온 또 다른 ‘기러기’들이 있다. 이산가족들이다. 1세대 123만 명에 2~3세대를 더하면 89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들 생각에 50년 동안 이사를 하지 않은 노모가 있는가 하면 50년을 기다리다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다.

뻔히 찾는 줄 알면서도 월북자 가족이라는 냉전 이데올로기의 족쇄가 두려워 쉬쉬한 사람 또한 있다. 이제 누렇게 빛바랜 사진 속 ‘기러기’들이 소실점의 끝에서 슬프게 날아가고 있다. 어느 쪽이든 ‘눈물’마저 말랐다. ‘안녕’을 묻지만 ‘안녕’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안녕’을 확인했지만 ‘안녕’이라고 인사할 기회조차 없다. 그래도 묻는다. “안녕, 꼭 살아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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