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대학교의 꼼수(2)
유원대학교의 꼼수(2)
  • 나인문 기자
  • 승인 2020.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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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의 대유학자 증자(曾子)가 부인과 함께 장을 보려고 나서는 데 어린 아들이 따라가겠다고 울며 떼를 썼다. 엄마는 아이를 달랠 요량으로 “시장에 다녀온 뒤 돼지를 잡아 맛있는 반찬을 해줄 테니 집에서 놀고 있으라”고 말했다. 아들은 그 말에 울음을 뚝 그쳤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오니 증자가 마당에서 돼지를 잡으려 했다. 당시 돼지는 집안의 큰 재산이었다. 놀란 아내는 왜 돼지를 잡느냐고 다그쳤다.

 증자는 “당신이 아이에게 돼지를 잡아 반찬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잖느냐”고 말했다. 아내는 펄쩍 뛰며 아이를 달래려고 그냥 해본 소리라며 말렸다.

 그러자 증자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며 ”아이는 부모가 하는 대로 따라 배우는 법인 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가 장차 뭘 배우겠느냐”며 기어코 돼지를 잡았다.

 중국 전국시대 말(末) 법치주의를 주창한 한비자의 설화집 ‘외저설 좌상(外儲說 左上)’에 나오는 것으로 약속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얘기다.

 충북 영동에 본교를 두고 있는 유원대학교가 본교 정원을 줄이고 그 인원을 아산캠퍼스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군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1994년 영동공과대학으로 개교한 이래 영동군민들은 한마음 한 뜻으로 대학의 출범을 기뻐했고, 영동대학에서 유원대학교로 교명을 바꿀 때도 서운함을 억누르며 대학의 발전과 상생을 염원했다.

 사실상 영동보다 수도권에 가까워 신입생 유치가 손쉬운 충남 아산으로 이전하려는 노림수가 있어도 인수 감소를 막고 지역경제에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군민들의 귀중한 혈세를 대학에 지원해 주는 것도 눈감아 줬다.

 그동안 대학에 지원해준 금액만 무려 225억 원이 넘는다 하니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때문에 영동군이 지원해 준 돈으로 아산캠퍼스에 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숨기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영동 본교 입학 정원을 감축하는 대신, 아산캠퍼스로 이전하기 위한 내년도 입학정원 조정안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한 와중에도 영동군의 의향을 엿보는데 힘썼다.

 유원대는 영동군에 보낸 공문을 통해 “아산 캠퍼스에 증원 예정인 140명을 변경해 최소한의 인원만을 이전할 의향이 있다”며 “이전 계획이 철회되는 인원에 대한 영동군의 지원금을 요청한다. 영동군의 지원 규모 등을 검토한 후 2012년 학과(부) 구조조정 결정사항을 변경하겠다”고 통보했다. 영동본교 학생 수를 2500명 이상 유지하고, 기존 본교 학과는 더 이상 아산캠퍼스로 이전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2016년 6월 26일 체결한 상생발전협약을 깬 전력을 생각하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약속을 저버리고 잘 된 일은 없다. 대학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그럴듯한 포장으로 주민을 속이고, 철석같이 맺었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겨 치는 것은 신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 격화소양(隔靴搔痒)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은 말 그대로 국가 백년대계를 짊어질 미래의 동량지재를 육성하는 일이다. 그런 교육기관에서 약속을 한순간에 휴지 조각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선업은 낙과(樂果)의 인연을 부르고, 악업은 고과(苦果)의 인연을 부른다고 했다. 자손만대까지 미칠 업연(業緣)을 생각해 더 이상 군민을 속이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이해에 눈 멀어 양심까지 파는 흉한 몰골을 드러내지 않기를 소망해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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