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집' 팔라고 권고했더니 ‘똘똘한 한채’ 잡고 지방주택 판다
다주택자 '집' 팔라고 권고했더니 ‘똘똘한 한채’ 잡고 지방주택 판다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7.12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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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靑비서실장 이어 주택비서관도 강남 대신 세종집 매도
국회의원들도 서울 집 포기 안해…결국 “보여주기 식 이벤트”
집주인들 매물 거둬들이고 관망…“똘똘한 한 채 선호 더 심화될 것”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처분이 강력하게 권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되레 ‘똘똘한 한 채’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가 보이는 세종시 전경. 세종시 제공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처분이 강력하게 권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되레 ‘똘똘한 한 채’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전경. 세종시 제공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처분이 강력하게 권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되레 ‘똘똘한 한 채’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세종시에 아파트 1채씩을 보유한 청와대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은 최근 서울 집은 놔두고 세종시 집을 처분했다. 국토부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윤 비서관은 “현재 서울에 근무하고 있어 세종시 아파트를 매도하기로 하고 이미 이달 초 계약을 맺었다”며 “이달 중 소유권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비서관은 “고위 공무원에게 다주택 보유가 합당하지 않다는 국민의 눈높이와 노영민 비서실장의 지시를 고려해 세종 주택을 처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비서관은 지난 3월 공직자 재산공개 때에는 “서울 근무가 계속돼 세종 아파트에 아직 입주하지 못했다”며 “세종 아파트는 공무원 특별공급제도의 취지를 감안해 전입하고 실거주한 뒤 매도할 계획”이라고 관보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결국 논란을 무릅쓰고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지키려고 세종을 판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비서관은 현재 근무지가 서울(청와대)이라서 세종 아파트를 판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그가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공직자라는 점에서 자칫 국민들에게 ‘강남불패’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앞서 노영민 비서실장 역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와 충북 청주 아파트 가운데 청주 아파트를 매도해 민심이 악화되자 반포 아파트도 처분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 실장의 이런 설명에도 일각에서는 노 실장이 반포 대신 청주의 아파트를 판 것은 ‘똘똘한 한 채’를 지키려 한 것 아니냐는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노 실장은 “가족의 거주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이달 내에 서울 소재 아파트도 처분키로 했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고 했다.

참여연대가 발표한 21대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장차관급, 청와대 비서관 이상 참모 중 다주택자는 37명이며, 이 가운데 규제지역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공직자는 34명이다. 20대와 21대 국회에 연달아 입성한 지역구 의원(재선 이상) 117명 중 지역구가 아닌 지역에 1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의원은 21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이 9명, 미래통합당이 12명이다.

지역구가 아닌 수도권에 1주택을 보유한 민주당 의원 9명 중 8명은 서울 노른자 땅에 집이 있다. 변재일(충북 청주청원) 의원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에 12억원대 주택을 갖고 있고,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은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25억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또한 이종배(충북 충주) 등도 강남 3구에 9억~15억원에 달하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입법 활동의 연속성을 최고의 자산으로 삼는 다선 이원들이 ‘똘똘한 한 채’를 포기하지 않는 한 강남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은 “똘똘한 한 채는 다른 지역의 두 채 이상보다 비싸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면서 “실거주가 아니라면 투기지역 부동산 보유는 가급적 피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부동산시장은 일단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인 뒤 장고에 들어갔고, 매수 대기자들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눈치보기’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지만, 세금중과 유예 기한인 내년 6월까지는 다주택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주택 수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매물 정리는 ‘지방→수도권→서울’ 순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전세난이 더 심각해질 수 있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보호 3법은 조만간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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