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좀 먹고 살자
제발 좀 먹고 살자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8.12.0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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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배재만 기자 = 평양남북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백두산 장군봉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남북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백두산 장군봉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門)밖에 나서면 온통 곡소리다. 술집도 썰렁하고 밥집도 썰렁하다. 어제까지 손님이 보이던 어느 상점은 폐업 딱지를 붙이고 별안간 종적을 감췄다. 술판은 흥청이다 말고 좌우 논리싸움에 순식간에 깽판이 돼버렸다. 한쪽은 정부를 두둔하고, 다른 한쪽은 정부를 씹는다. 씹는 쪽이 더 잘근잘근 험악하다. 이유는 단 하나. ‘도대체 먹고 살수가 없다’는 얘기다. 빚 잡는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자영업자를 잡았다. 가계 빚은 1500조원(1인당 8000만원)에 달한다. 부동산 잡는다고 했지만, 매도시기를 놓친 서민을 잡았다. 기름 값 잡는다고 했지만, 세금폭탄 맞은 주유소를 잡았다. 제대로 굴러가는 곳이 없다. 이제 식당가는 것도 호사다. 바짝 독 오른 물가는 외식의 방향타를 틀어버렸다. 아, 하루하루가 거지같다는 푸념이 농(弄)이 아니다.

▶문(文)은 온통 북한 생각밖에 없는 듯하다. 지지율이 내려가든 말든 김정은만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는 멀리서 웃고 있다. 물론 핵을 없애고 영원한 평화를 얻자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먹고 사는 문제보다 남북문제가 선결인 것도 일면 이해는 간다. 동포가 함께 잘사는 것이 궁극의 도리 아닌가. 하지만 민생을 팽개치고 평화만 외친다고 ‘동네 평화’는 오지 않는다. 내 입이 행복해져야 남의 입도 보이는 법이다. ‘김정은의 입’이 걱정된다면 ‘국민의 입’도 챙기는 게 옳다. 올 한해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 한 번의 북미정상회담은 치세(治世)가 아니라, 대통령의 처세에 가깝다. 북한 제일주의, 북한 우선주의는 우리에게 떡도, 밥도 주지 않는다.

▶1947년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쿠데타)은 노동자를 등에 업고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리고 사회 정의와 경제 독립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페론은 근로자 임금을 잔뜩 올리고 노동법을 손질했다. 노동자 임금이 뛰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내수를 자극해 결국 산업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 식으로 의역하면 ‘소득주도성장’이다. 하지만 ‘퍼주기(포퓰리즘)’에 익숙해진 근로자들은 욕심만 커졌다. 결국 페론은 경제독립을 포기했다. 심지어 대통령궁이 폭격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60년대까지 6대 강대국이던 아르헨티나는 지금까지 13번 구제금융(IMF) 신청을 했다. 70년 묵은 얘기다.

▶딱 20년 전, 우리도 IMF(국제통화기금) 문(門)을 두드렸다. 분수 넘치게 살지 않았는데도 망했다. 코흘리개부터 백발노인까지(351만명) 나서 227t(21억 3000만달러어치)의 금붙이를 모았다. 新국채보상운동이었다. 하지만 그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앉았고 죽어갔다. 지금 우리는 한가하지 않다. 국민들은 빚 갚는데 정신이 없다. 일자리는 점점 더 사라진다. 젊은 남녀는 결혼을 꺼린다. 아기도 안 낳는다. 서울도 좋고 평양도 좋다. 백두산도 좋고 한라산도 좋다. 하지만 ‘제발 좀 먹고 살자’는 얘기가 가슴을 더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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