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평일외출 어찌 생각하나요
병사 평일외출 어찌 생각하나요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2.04 0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사 일과 후 휴대폰 사용·외출 '적절한 조치' VS '당나라 군대'
전문가들조차 의견 엇갈려…분단국가 특수성 고려안해 잡음

병사들의 평일 외출제도가 2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다.

국방부는 "의무복무 중인 병사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확대하고, 작전·훈련준비 등을 위한 충분한 휴식 등을 보장하기 위해 2월 1일부로 평일 일과 후 외출을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외출시간은 오후 5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4시간이다. 군사대비 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단결 활동, 일가친지 면회, 병원진료, 자기계발 및 개인용무 등의 목적으로 외출할 수 있다. 외출 허용횟수는 개인적 용무인 경우에는 월 2회 이내로 제한된다. 다만, 포상개념의 분·소대 단위 단결 활동은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외출지역은 유사시 즉각 복귀를 위해 작전책임지역으로 한정된다. 이렇게 되면 휴가자를 포함해 부대 병력의 35%정도가 ‘밖’에 있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분·소대 단위 단결 활동의 경우 지휘관 승인 하에 가벼운 음주도 가능하다.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해 말없이 복무 중인 병사들에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외출도 자주 가고 휴대전화도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렇다면 부작용은 없을까.

국방부는 지난해 8월부터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13개 부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혹시 문제될 일이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군은 ‘일각에서 우려한 군 기강 해이 및 부대 임무 수행에서의 문제점은 식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자는 “평일 외출이나 휴대전화는 병영생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보안이나 군기 사고는 걱정이 없는데, 다만 게임에 빠진 병사들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군부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병사 외출 제도가 지역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한껏 들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부대에서 도심지까지 편하게 이동하도록 버스 운행 시간과 횟수, 노선을 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병사들이 즐겨 찾는 PC방, 당구장, 음식점 등의 위생과 서비스 개선, 가격 할인 등 편의 제공 방안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지역상인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지자체마다 하루 1000~5000명가량의 병사가 외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정작 수혜는 적을 것으로 본다. 오후 5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병사들이 외출한다고 하더라도 부대에서 상권까지의 이동시간을 고려하면 쓸 수 있는 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하다. 인근에 상권이 없는 전방지역 근무 병사들은 말 그대로 ‘동네 한바퀴’ 돌고 올 시간이다. 그래서 주중 장사는 늘어난 프랜차이즈 매장이, 주말 장사는 상권이 발달한 지자체가 혜택을 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휴대전화 찬반 논란도 뜨겁다. 오는 4월부터 모든 병사들은 일과 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평일 일과 이후인 오후 6~10시, 휴일은 오전 7시~오후 10시다. 국방부는 "현재 일부 부대에서 시범 운영 중인 병사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4월부터 육해공군·해병대 모든 부대로 확대한다"며 "3개월 정도 시범 운영한 후 전면 시행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들을 군에 보낸 A(52)씨는 “전방으로 배치된 아들 생각에 걱정이 많았는데 외출도 자주 하고, 휴대폰도 사용할 수 있으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군에 간 남자친구를 둔 B씨(21)도 “군인도 개인 시간을 보장받아야 마땅하다”면서 “일과를 마치고 부대 밖에서 휴식이나 자기계발을 하는 것은 상당히 민주적인 방침”이라고 환영했다.

이에 반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병사는 병사다워야 하고, 군대는 군대다워야 하는 게 정상적인 나라”라며 “PX가 아니라 부대 밖의 피자집에 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말했다. 이어 “설마, 북한이 쳐들어 오겠어라는 안보불감증에 걸려 국가안보를 놓고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전 중대장 김모 대위도 “항상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군 본연의 목적인데 갑작스레 병사 복지를 위해 생활관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 병사들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을 포함해 26개국이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자유롭게 허용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 중이다. 이들 국가는 휴대전화 허용 뒤에도 전력 약화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리 국방부가 휴대전화 허용을 시범 도입한 것도 이 같은 근거가 바탕이 됐다.

그러나 한편에선 유사시 군 대응능력을 저하시키고 보안사고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남북교류의 물꼬가 트이고 있지만 안보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르고, 동북아라는 지정학적 위치 등을 감안하더라도 잠재적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휴대전화 사용 이후 기밀사항에 해당되는 각종 군사 시설이나 장비 등이 인터넷을 통해 유출 유통될 경우엔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병사 일과 후 휴대폰 사용과 외출이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일각에서 ‘당나라 군대’라는 자조 섞인 지적이 나오는 만큼 시행과정에서 촘촘한 대책이 요구된다. 국방은 책임과 의무를 다했을 때 안전한 평화체제가 따라온다.

 

◆우리나라 군복무기간 변동사

육군·해병대는 2020년부터 18개월,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2개월을 복무한다. 1950년 6·25전쟁 직후와 1968년 1·21사태 이후 군복무기간이 가장 길었는데, 육군의 경우 가장 길었던 당시 복무기간은 36개월이다. 공군은 10년 가까이 39개월이었다.

△1953년: 6·25 직후 육·해·공군 모두 36개월의 군복무기간

△1959년: 육군 33개월로 단축, 해군과 공군은 그대로 36개월

△1962년: 육군만 다시 30개월로 단축, 해군과 공군은 36개월

△1968년: 1·21사태로 복무기간 연장. 육군 36개월, 해군과 공군은 39개월

△1977년: 육군만 33개월로 단축, 해군과 공군 39개월

△1979년: 해군과 공군이 35개월로 단축, 육군은 그대로 33개월

△1984년: 육군 30개월, 해군 32개월, 공군 35개월로 단축

△1993년: 육군 26개월, 해군 30개월, 공군 30개월로 단축

△1994년: 육군 26개월, 해군 28개월, 공군 30개월로 단축

△2003년 10월: 육군 24개월, 해군 26개월, 공군 28개월로 2개월씩 단축

△2004년 11월: 공군 27개월로 단축

△2011년 1월: 공군 24개월로 단축

△2011년 2월: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로 단축

△2012년: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

△2020년: 육군·해병대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2개월로 단축


  • 세종특별자치시 마음로 14 (가락마을6단지) 상가 1층 3호 리더스
  • 대표전화 : 044-863-3111
  • 팩스 : 044-863-3110
  • 편집국장·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필
  • 법인명 : 주식회사 미디어붓
  • 제호 : 미디어 붓 mediaboot
  •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5
  • 등록일 : 2018년 11월1일
  • 발행일 : 2018년 12월3일
  • 발행·편집인 : 미디어붓 대표이사 나인문
  • 미디어 붓 mediaboot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미디어 붓 mediaboot.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ediaboot@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