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마음속에 복조리 하나 담아두세요
올해는 마음속에 복조리 하나 담아두세요
  • 최진섭 기자
  • 승인 2019.02.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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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붓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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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면 큰일나는 줄 알았던 수많은 생활 소품들이 지금은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게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금은 추억만 남은 소품들이 참 많습니다.

한 해의 처음 명절이자,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설날’도 언제부턴가 가족들이 일 년에 두어번 만나는 날 중 하루일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명절 연휴가 길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고, 명절 특근 수당 때문에 연휴를 반납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우스갯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명절에 차 막히고 번거로운 것이 싫다는 이유로(정말 그 이유뿐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명절 당직 근무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군요. 또 어른들의 시집, 장가 타령에 명절 연휴가 싫다는 젊은 청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각박해지는 세상살이에 오랜만에 가족들과 만나 새해 덕담을 나누며 한 해를 설계해 보는 것도 참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설 명절하면 ‘복조리’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제는 관광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물건이지만, 예전에는 실생활에서 참 요긴하게 쓰였던 물건이죠.

다들 아시겠지만 조리는 쌀을 이는 도구입니다. 쌀에서 돌을 골라내야 할 필요가 없는 지금이야 조리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했지만, 예전에는 부엌에 없어서는 않될 필수 생활 소품이었습니다. 조리로 그렇게 쌀을 이는데도 가끔은 밥에서 돌이 우지끈 씹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돌이 아버지의 밥에서 주로 발견되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럴때면 아버지의 매서운 눈빛이 어머니를 향했고, 어머니는 멋쩍은 미소로 “고른다고 골랐는데도 나오네.” 하며 말끝을 흐리곤 했죠.

지금은 조리가 필요한 일이 있어도 대조리가 아닌 플라스틱이나 철망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습니다. 이제는 복조리의 의미만 남은 것이죠. 하긴 복조리도 지금은 그 의미만 남아 있습니다.

복조리는 쌀을 일듯 복을 일고 오복(五福) 중 하나인 치아를 보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엔 섣달그믐부터 초하루 새벽까지 “조리 사려~ 조리 사려~” 외치며 복조리 장수가 골목을 누볐습니다. 집집마다 조리가 몇 개씩 걸려 있곤 했지요. 우리집은 열쇠를 담아두는 용도로 사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차츰 복조리장수의 목소리도 사라졌지만 아버지는 이후에도 한동안 복조리를 사오시곤 했습니다. 가난하고 퍽퍽한 삶에 ‘복’ 한줌 들어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을 겁니다.

한 삼년전쯤이었을까요. 저도 옛 생각이 떠올라 어느 사찰에 올라가기 전 복조리를 파는 곳에 들러 하나 구입한 기억이 있는데, 우습게도 뒤에 ‘Made in china’가 찍혀 있더군요. 요즘은 복조리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도 대부분 사라지고 없지만 그나마도 중국산에 밀리고 있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복조리는 이제 사고 싶어도 쉽게 살 수 없는 귀한 몸이 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생각은 하기 나름이니까요.

설이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양력이든 음력이든 이제 정말 2019년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번 설에는 귀한 몸이 된 복조리를 사지 못하더라도, 마음속에 작은 복조리 하나씩 담아 두는 것은 어떨까요. 부귀영화를 바라는 욕심 가득한 마음이 아니라 조리로 쌀을 일 듯 조금씩, 천천히 삶을 일다 보면 액운은 사라지고 복이 다가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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