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위해 헌신한 뉴욕남부지검 검사장 프릿 바라라의 첫 책
정의를 위해 헌신한 뉴욕남부지검 검사장 프릿 바라라의 첫 책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12.16 1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사회정의와 공정함의 실천에 관한 한 검사의 고뇌
흐름출판 제공
흐름출판 제공

한국 사회, 특히 사법부 내의 분열과 반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이 시기에 뉴욕남부지검 전 검사장 프릿 바라라가 쓴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가 나왔다.

‘월가의 저승사자’ ‘부패 척결의 선봉장’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테러, 마약 및 무기 밀매, 금융 및 의료보험 사기, 사이버범죄, 공직자부패, 조직폭력, 조직범죄, 시민권침해 사건 등 상당수의 사건들을 해결한 프릿 바라라는 미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검사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1년에 바라라는 월가의 내부자거래를 파헤쳐 헤지펀드계의 거물 라지 라자라트남과 전 맥킨지 최고경영자(CEO) 라자트 굽타 등 71명을 기소해 67명의 유죄를 받아낸 공로로, 2012년  '타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고 '월스트리트의 부패를 파괴하는 남자(Prosecutor Preet Bharara collars the masters of the meltdown)'라는 제목으로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또한 2013년에는 헤지펀드 운용사 SAC 캐피털의 내부자거래 혐의로 창업자이자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스티브 코헨과 벌였던 치열한 법정 다툼 또한 큰 화제가 됐다. 프릿 바라라는 집요한 수사 끝에 SAC캐피털이 20여 년간 기록한 연 25퍼센트의 대박 수익률 행진은 결국 내부자거래라는 추악한 불법의 결과물임을 밝혀냈고, SAC 캐피털은 바라라의 수사 발표 내용을 모두 인정한 후 약 2조 원의 벌금을 내고 운용하던 펀드 전체를 해산한 후에 문을 닫았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프릿 바라라와 스티브 코헨의 공방은 '빌리언스(Billions)'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실제 제작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서도 방영되고 있다.

이밖에도 바라라는 씨티그룹(Citigroup)을 포함한 4개 대형은행의 위법 행위를 적발하는 등의 성과로 미국 연방검사 중 가장 강골로 평가받아왔으며, 17명의 유명 정치인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10명이 자신을 검사장으로 임명한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었을 정도의 초당적 법집행으로 대중적 인기 역시 매우 높았다. 그러나 2017년에 바라라는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사건으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지검장으로 재직했던 바라라는 트럼프가 당선인이던 시기에 유임을 제안받고 재직하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몇 달 만에 돌연 해임당했다. 언론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바라라가 트럼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 등 비리를 조사하자 유능한 바라라를 해고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고,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으로 막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큰 화제를 낳았다.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과의 사적 대화를 거부하다 해임당한 검사, 월스트리트의 저승사자로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헌신한 검사, 정치권을 성역 없이 수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검사인 프릿 바라라의 첫 책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는 그가 수많은 사건들을 파헤치며 겪었던 검사로서의 딜레마와 인간적 고뇌, 법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지닌 편향적 사고 등을 살펴보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로 서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슈 중 하나는 바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일 것이다. 이들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정의의 실현을 위한 쟁투로 보이지만, 국민의 눈에도 그렇게 비칠지는 의문이다. 사법부가 가장 우선해야 할 ‘법 앞의 정의’는 수뇌부의 쟁투 이슈에 묻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듯하다. 그간 한국 사회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로 법의 공정함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판결이 많았다. 단순히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국민의 법 감정과 공고한 시스템으로서의 법 사이에 놓인 간극이 큰 것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누군가는 배고픔에 삶은 계란 몇 개를 훔쳤다가 1년이 넘는 징역형을 받는가 하면, 유력 인사의 딸은 신종 마약을 투약하고 소지하고 있다가 발각되었는데도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정의가 훼손된 판결이라고 생각하는 사법판결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프릿 바라라는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에서 “정의는 포괄적이고 막연한 주제다”라고 말하며 정의가 지닌 복잡다단함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말도 덧붙인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은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고 그 과정을 책임진 자들의 태도가 공정하다고 여길 때, 그 결과도 정당하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흔히들 정의는 실현해야 할 뿐 아니라, 그 과정이 눈에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공정한 절차를 보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바라라는 많은 사회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것이 늘 법의 실패나 사법절차의 실패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법체계는 편협함, 그릇된 선입견, 편파적 태도, 사익으로 정의에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곧잘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법체계를 진실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여기기보다, 남들을 짓누르고 뭔가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이 책에서 프릿 바라라가 제시하는 정의에 대한 접근법은,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법정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성숙하고 분별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 직장, 가정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도 일러주는 기준이 될 만한 것이다. 이 책은 단지 법만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은 진정성과 리더십, 의사결정 그리고 도덕적 논거를 다룬다. 이 모두가 정의의 의미와 본질에서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효과적인 처벌이라는 도덕적 난제는 형사사건을 심리하는 판사만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다. 처벌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난제일 것이다. 악덕기업을 처벌해야 하는 감독관, 문제 있는 직원을 징계해야 하는 관리자, 심지어 제멋대로인 아이에게 벌을 줘야 하는 부모들도 이 문제로 고민한다. 어느 정도의 처벌이 적합한지,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장차 어떻게 해야 특정인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런 행동을 못하게 막을 수 있는지, 목적은 달성하되 선을 넘지 않는 충분한 조치는 무엇인지를 평범한 사람들도 매 순간 고민한다.

많은 사람이 법치국가에서 살고 있지만, 정의는 때로 머리 못지않게 가슴에서도 튀어나온다는 게 프릿 바라라의 지론이다. 그 이유는 법이 실제 현실보다는 추상적 이론을 부당하게 앞세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사법제도 안에서는 모두가 하나의 인간이고, 정의가 추상적 개념이라 해도 이를 추구하고 느끼는 것은 현실의 인간들이다. 훌륭한 조리법이 맛있는 음식을 보장하지 못하듯, 현명한 법도 정의를 장담하지는 못한다.

법은 단지 도구에 지나지 않아서 인간의 손길을 타지 않으면 아무런 생명력도 없고 아무런 영감도 주지 못한다. 법은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거나 존경하도록 강제하지 못한다. 증오를 없애거나 악을 정복하지도 못한다. 은총을 가르치거나 무관심을 깨뜨리지도 못한다. 매일매일 법의 최고 목표를 달성하는 주체는 잘하든 못하든 인간이다. 정의를 실현하거나 좌절시키는 것도 인간이다. 자비를 베풀거나 거절하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결국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인간이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사고가 공정함을 좇는 열정과 만날 때, 우리의 일상에서도 진실을 찾고 정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바라라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정의 실현의 필수조건이다.

‘법치지배’ ‘적법절차’ ‘무죄추정’과 같은 사법의 주요 개념들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기보다는 정치슬로건으로 쓰이는 듯한 현실에서 정의의 개념도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적이냐 동지냐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쟁 상대는 적이 아니라는 것, 법은 정치적 무기가 아니라는 것, 객관적 진실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 공정한 절차는 문명사회에서 필수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좇아야만 할 중요한 사회적 가치임을 이 책은 힘주어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프릿 바라라는 중요한 기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 정의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자고 제안한다. “공정하고 편견 없는 태도란 무엇인가? 독립성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진실은 어떻게 밝혀지는가?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재량권이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발휘할 수 있는가?” 이는 추상적 세계가 아닌 너저분하고 순조롭지 못한 현실 세계에서, 결함 있는 인간들에 의지해 이상적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이 세상이 던지는 질문들이다.

이 책은 수사, 기소, 판결, 처벌의 4단계로 분류해, 각 단계에서 드러날 수 있는 다양한 법집행자들의 인간적 취약성과 사법 시스템의 허점 등을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프릿 바라라가 실제 수사를 진두지휘했거나,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몰고 왔던 사건들이 실제 사례로 등장해 마치 한 권의 법정 스릴러를 읽는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프릿 바라라는 이 책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나는 오래전부터 정의실현에 관심이 많았고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했다. 나는 정의실현이라는 임무와 정의라는 대의명분, 정의의 철학을 다시 정립하는 데 개인적으로, 학문적으로 그리고 직업적으로 내 인생 전부를 바쳤다. 정의란 무엇이고 무엇을 뜻하는지, 정의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정의가 어떻게 번성하고 어떻게 소멸하는지를 나는 늘 고민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최고의 검찰공무원들을 현장에서 몇 년간 이끌면서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정의의 영역에서 현재의 현실을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세종특별자치시 마음로 14 (가락마을6단지) 상가 1층 3호 리더스
  • 대표전화 : 044-863-3111
  • 팩스 : 044-863-3110
  • 편집국장·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필
  • 법인명 : 주식회사 미디어붓
  • 제호 : 미디어 붓 mediaboot
  •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5
  • 등록일 : 2018년 11월1일
  • 발행일 : 2018년 12월3일
  • 발행·편집인 : 미디어붓 대표이사 나인문
  • 미디어 붓 mediaboot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미디어 붓 mediaboot.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ediaboot@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