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로남불과 내로남불
LH로남불과 내로남불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1.03.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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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재필을 기억하는 것은 그가 독립협회를 만들고 독립신문을 창간했다는 사실 정도다. 그 뒤에 숨겨진 가슴 아픈 얘기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13세 때 장원급제한 수재였지만 개화파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쓰라린 역정을 살게 된다. 역적으로 몰린 그는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고 집안은 순식간에 줄초상으로 이어졌다. 아버지, 어머니, 형은 자살했고 동생은 관리의 칼에 맞아 죽었다. 부인 또한 자살의 길을 택했고 두 살배기 아들은 굶어 죽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미국에서 의사로 성공, 독립투사들의 ‘숨은 리더’가 됐다. 조국을 두고도 조국 땅에 있을 수 없었고, 조국의 미래를 생각했지만 조국에 버림받았으며, 심지어 조국에게 일가족까지 잃었지만 그는 조국의 자주독립과 민주주의 계몽에 투신한 사람이다.

1971년 4월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유언장이 공개됐다. 일제 시대 병마에 시달리던 헐벗은 동포들을 위해 제약회사를 세웠던 그가 남긴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니었다. 종이쪽지 하나였다. 모든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되돌려주겠다는 것. 당시 일곱 살이던 손녀 유일링에게 남겨준 돈은 고작 1000만 원이었다. 물론 아들과 그의 아내에겐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그런 유일한 박사지만 누구보다도 독립운동을 뒤에서 조력한 애국자였다. 서재필이 독립운동에 투신했을 때 ‘뒷배’를 봐준 사람도 유일한 박사다. 타국에서 열심히 쌈짓돈을 모아 뭉칫돈을 만들고 그 돈은 독립자금의 종자돈으로 사용됐다. 빈손으로 떠난 위대한 기업가. 그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애국정신을 보여준 기업가의 리더이자 표본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로부터 촉발된 땅 투기 의혹이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투기 의심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도 모자라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한 사실이 시시각각 생방송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4년 동안 스물다섯 번(25회)의 부동산정책을 쏟아내며 겁박을 가했지만 도둑놈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고 엉뚱한 곳에서 피라미 몇 마리 잡느라고 야단법석을 떨었던 것 아닌가.

화가 난 대통령이, 이참에 부동산투기를 발본색원하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퇴임 후 내려갈 경남 양산 사저부지 또한 ‘농지법 위반’ 논란에 휩싸여 있다. 농지 매입 당시 농업경영계획서에 대통령 자신의 영농경력은 11년, 김정숙 여사는 0년으로 기재했다. 농사를 위해 값싼 땅을 사고, 건물 준공 후에는 대지로 지목이 변경될 것이 자명하다. 이것은 대통령 특권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결코 ‘좀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면서 이를 풍자하는 온라인 게시물들이 확산되고 있다. 땅 투기 의혹은 ‘LH’로남불(LH가 하면 노후 대비,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이라 조롱하는데 ‘LH’가 한글로 ‘내’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LH돈 LH산’(LH 돈으로 LH 땅을 샀다)이라고 농담을 하거나, 정경유착과 비리를 다룬 ‘내부자들’ 포스터는 ‘LH부자들’로 패러디하고, ‘다 내꺼야’라는 동화책 제목을 ‘다 LH꺼야’로 읽는다. TV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를 ‘LH 혼자 산다’로 합성한 게시물도 있다.

투기가 의심되는 LH직원 20명의 농지를 강제 처분하겠다는 정부의 엄포는 코미디다. LH를 비롯해 정부기관, 정치권, 지자체에 퍼져있는 땅 투기 정황을 파헤치다보면 지금의 일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또 한 번 피라미 몇 잡아놓고 그걸 ‘대책’이라고 떠드는 것과 진배없다. 대통령은 적잖이 고집스럽다. 그 협량(狹量:좁은 도량)은 소득주도성장, 탈(脫)원전, 친중.친북.반일 등의 노선과 정책으로  치환되고, 조국과 윤석열 사태를 겪으며 나라와 국민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부동산정책을 100번, 1000번을 한들 무슨 소용이랴. 한국 토건세력의 성골로 군림하며 서민들의 땅까지 독점하는 세력이 있는 한 부동산정책은 백전백패다. 지금 LH 사태가 불러온 국민적 분노의 넓이와 깊이는 결코 작지 않다. 부디 이번만은 ‘LH로남불’과 ‘내로남불’의 비극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질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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