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1.04.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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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필의 문방사우]
정부세종청사 전경. 칼럼과 관련없음. 행복청 제공
정부세종청사 전경. 칼럼과 관련없음. 행복청 제공

국민들은 불행하게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다. 대통령들 탓이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정농단을 벌여 신뢰의 자본이 아닌 그들만의 자본으로 한껏 말아 드셨다.

2017년 5월엔 어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 첫 문단에서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족까지 붙였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하지만 임기 말이 된 지금 그 말들을 곱씹어보면 역시나 말아 드신 상흔들이 빼곡하다. 임기 내내 북한에 끌려다녔고 부동산 토끼몰이에 심취했으며 검찰 죽이기에 하루해가 짧았다. 청년층은 불공정에 울었고, 법치는 불평등, 부동산은 정의롭지 못했다. 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땐 남측 선수들의 출전기회를 북한에게 퍼주다 들키기도 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개인이 희생되는 청년층의 ‘공정 감수성’을 건드린 것이다. 정점은 ‘조국 사태’였다. 그를 싸고 도는데 국력이 낭비됐다. 이는 윤석열과 추미애 싸움에서도 반복됐다. 국민들이 아닌 북한을 바라보고, 포용이 아닌 아집과 방관으로 뒷방정치에 열일 했다.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했지만 그런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부동산, 코로나 백신, LH 땅투기, 박원순-오거돈-안희정 성(性)추행 트리오 문제가  불거졌을 때마다 침묵하거나 참모들 ‘터진 입’을 빌렸다.

174석의 거대권력은 내로남불 DNA 그 자체였다. 배타적 밀교(密敎) 집단 586운동권 패거리들이 모여 장관도 나눠먹고, 청와대·국회도 나눠먹으면서 박근혜정부 버금가게 기세등등했다. 낙하산 인사는 없었던가. 선거캠프 보은인사로 낙하산 타고 내려온 관피아 분들이 수두룩하다. 필자의 주변에도 한때 돌멩이를 던지면서 진보라고 자처하던 이가 국회의원, 공기업 수장으로 영전해 대단한 세상을 살고 있다. 촛불을 빌려 썼으면 최소한 촛농이라도 남겨줘야 하지만 ‘초’만 태웠다.

내 집 마련의 소박한 중산층 꿈까지 ‘보수화’라며 깨버리는 편향된 계급사관, 사유재산·시장·기업을 적대하는 선무당 사회주의, 사상 독재, 대한민국은 원전 폐기·북에는 원전 지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만들자고 1년 넘게 삶아먹더니 정작 그 수장은 정권 호위하면서 중앙지검장 황제조사나 하고 있다. 난폭한 입법 독주, 절차의 불법성, 미운털 판사 탄핵, 도덕적 해이를 자행하는 모양새는 마치 오늘날의 푸틴 러시아를 연상케 한다. 러시아는 법이 지배하는 정규 국가가 아니라, 푸틴과 그의 KGB(구소련 비밀경찰) 인맥 110명이 온갖 탈법과 폭력을 자행하며 공공재를 털어먹는 ‘떼도둑 체제(kleptocracy)다. 가짜 프레임이다.

대통령이 말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말 그대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꼴이 됐다. 물론 달리 해석하면 그 말은 ‘지킨’ 셈이 된다. 

2000000000000000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랏빚이다. 국가부채가 지난해 241조원 넘게 불어 ‘가보지 않은 길’ 2000조원에 다가섰다. 처음으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다.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도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아무리 코로나19와 맞물려 돈을 썼다 해도 나랏돈 씀씀이가 일개 가정집 수준이다. 국민들에게 돈을 팡팡 썼지만 결국은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구조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지금 개천에는 ‘미꾸라지’만 있다. 공정한 사회의 최종 단계는 무(無) 게이트, 무(無) 스캔들, 무(無) 매너리즘인 ‘삼무(三無)’다. 어찌하든 국민들이 ‘3불(불신·불만·불안)’을 느껴서는 안 된다. 

조선 명종 때 사신(史臣)은 전한다. “국사에 선정(善政)이 없고 재상들의 횡포와 수령들의 포학이 백성들의 살과 뼈를 깎고 기름과 피를 말려 손발을 둘 곳이 없고 호소할 곳도 없으며, 굶주리고 헐벗어 도적이 됐다면, 도적이 된 원인은 정치를 잘못했기 때문이요, 그들의 죄가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말의 사치다. 국민들은 날마다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들만 모른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인데 그들은 아직도 잘 돌아간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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