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미 장독대-정인구
장독 뚜껑 위로 부서지는 빗방울
돌 틈 사이로 얼굴 내민 봉숭아 여린 이파리
모든 것이 낙화하는 순간
지나가는 바람이 아파하지 말라 하네
비좁은 뒤 뜰에 자란
비 맞아 축 처진 가시 돋은 골단추 풍경 너머로
수저 들고 장푸러 온 어미 손 바쁘게 움직일 때
아궁이 불 가마솥 밥 눌어붙는 냄새에 조급한 내 어미
비 맞을까 두려워 굴뚝 연기
처마 끝 배회하다 바람을 만나면
해 넘어갈 듯한 두려움에 뒷동산에 올라가
할미꽃 더러 고개 들라 하네
늙고 야윈 골단추야
깨진 장독대 위엔 썩어가는 가랑잎으로 뒤덮였는데
주저앉은 장독 돌 틈 사이
여린 봉숭아 잎새는 여전하구나
빗방울 섞인 고추장은 어디 갔나
장푸던 내 어미 손자국 이끼 되어 남았는데
장독대 내 던지고 내 어미 어디 갔나
내 어미 어디 갔나.
◆정인구 시인 약력
△선진문학작가협회 운영이사 △(전)우리동네가게살리기운동본부 상임대표 △대전 정인구팥빵 1·2·3호점 대표 △[선진문학발간] 민들레 동인시집 外 다수 △선진문학 소록도시화전 출품 △선진문학 경남 고성 앤화이트 카페 갤러리 시화전 △2018 지역 언론 작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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