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판은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실패다”
“오판은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실패다”
  • 나인문 기자
  • 승인 2021.06.16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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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투성이 과학수사가 만들어낸 250명의 오판 피해자들
아직 결백이 입증되지 않은 ‘무고한 사람들을 위한 책
오염된 재판
오염된 재판

'오염된 재판'은 형사사법절차 개선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 브랜던 L. 개릿(Brandon L. Garrett)의 저서로, 과학수사의 오류로 잘못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DNA 검사에 의해 결백을 입증받은 최초의 오판 피해자 250명을 조사한 르포 사례집이다. 언론에 보도된 주요 소송에서 여러 차례 무죄를 이끌어낸, 국내 형사사법절차 개선 전문가 신민영 변호사가 번역했다.

우리가 신뢰하는 과학수사 시스템이 어떠한 치명적인 허점들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 지적하는 이 책은 ‘헌법 프로젝트(Constitution Project)’에서 헌법 해설상을, ‘미국 변호사 협회’의 실버 가벨상에서 명예 가작을 수상했다. 또한 미국 대법원, 하급 연방법원, 주 대법원뿐 아니라 캐나다, 이스라엘 등 각국 법원과 정책기관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언론·변호사협회의 필독서로도 회자되고 있다. '오염된 재판'은 출간 즉시 화제가 되며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대만, 중국에서 번역‧출간됐다. 신민영 변호사 또한 일찌감치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보고 미국에서의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판단해 마음이 맞는 출판사를 찾아 열의를 갖고 번역‧출간을 진행했다.

'오염된 재판'에는 살인 사건에 휘말려 거짓 자백을 강요받아 13년 넘게 교도소에 살아야 했던 사람, 목격자의 부정확한 진술에 의해 강간범으로 잘못 지목된 피해자, 경찰과 검사의 증거 은폐로 결백을 입증하지 못한 무고한 의뢰인 등의 충격적인 실제 사례들이 면밀한 분석 및 통계 자료와 함께 담겨 있다. 형사사법제도의 실효성과 법과학의 신뢰성을 되짚는 이 책은 오판 연구가 상대적으로 드문 한국에 꼭 필요한 지침서가 된다.

우리를 속인 ‘가짜 과학수사’ 그리고

우리를 살릴 ‘진짜 과학수사’의 내막

저지르지 않은 죄로 평균 13년을 감옥에서 살며 무죄를 입증받기 위해 평균 15년을 싸우다가, 급기야는 사망한 후에야 결백을 입증받는 오판 피해자들의 악몽 같은 현실. 왜 과학수사는 이들이 무고하다는 것을 밝혀내지 못했을까?

故손정민 씨 실종 및 사망 사건,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친모 논란 등 최근 연일 헤드라인에 떠오르는 국내 형사사건들의 쟁점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바로 ‘과학수사’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해감에 따라 앞으로 더 이상의 오판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며 이를 다루는 사람에게 실수가 있는 한 오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과학’수사라고 해도 그 증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제도적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염된 재판'은 이러한 지점에서 프로파일링을 비롯한 과학수사를 맹신하는 한국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총 9장과 부록으로 구성돼 있는 '오염된 재판'은 1장의 서론에서 오판 피해자 250명을 조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밝히고, 뒤따르는 장들에서 형사사건에서의 증거 방식에 따라 사례와 함께 오판이 일어나는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해나간다. 2장 오염된 자백에서는 ‘자백을 이끌어내는 복잡한 심리전술’, ‘경찰이 원하는 대답’, ‘강요된 자백에 대한 사법심사’ 등 무고한 사람이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대해 거짓으로 자백하게 된 내막을 드러내고, 3장 '목격자의 착각'에서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로 억울한 죄인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을 진술한다. 4장 '결함 있는 과학수사'에서는 어째서 과학수사가 무고한 이들의 결백을 재판에서 밝혀내지 못했는지 법과학 증거의 오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5장 '거짓 제보자에 의한 재판'에서는 결백한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게 된 제보자들의 내막을 분석하고, 6장 '농락당한 무죄 주장'은 ‘빈약한 알리바이’, ‘검사와 경찰의 부정행위’ 등으로 무고한 의뢰인이 유죄판결을 받는 것을 막지 못한 변호인의 무능을 지적한다. 7장 '오판을 바로잡는 여정'에서는 항소심 또는 인신보호절차를 거치는 중에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알아보며, 8장 '다시 세상으로'에서는 무고한 사람들의 결백이 입증되는 데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려야만 했는지와 앞으로의 오판 피해자들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 9장 '형사사법제도 개혁이라는 과제'에서는 오판 피해자 사례에 대한 제도적 대응책과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오염된 재판'의 부록 또한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부록에는 DNA 검사를 통해 처음으로 무죄를 입증받은 오판 피해자 250명의 사건에 관한 각 장의 결론을 도표를 사용해 시각적으로 정리했다.

“이 책에 들어간 부록의 통계들은 유례없이 귀중한 부분이다. 잘못된 유죄판결과 그것이 낳은 결과들 그리고 그에 기여한 요인들에 대한 정량적 개요를 보여주는 17개의 도표는, 현재의 형사사법 시스템의 주장과 상충하며 큰 충격을 안겨준다.” -리처드C.르원틴(Richard C. Lewontin),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나아가 피해자들의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사용한 방법과 그들을 직접 조사한 방식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설명한다. 250명의 오판 피해자들이 분명 ‘선택된’ 사례에 해당하며 따라서 이들의 경험이 쉽게 일반화될 수 없다는 가능성까지 고찰한 저자는 책에 담긴 오판 피해 사례들에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외치며, 모든 억울한 사람들의 세월을 돌려줄 수는 없어도 이로 인한 교훈을 얻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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