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가 이슈를 덮는 대한민국!’ 화천대유·고발사주 의혹 밝혀라
‘이슈가 이슈를 덮는 대한민국!’ 화천대유·고발사주 의혹 밝혀라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1.09.29 0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재필 칼럼-문방사우]
YTN 화면 캡처
YTN 화면 캡처

나도 김만배(전직 언론인·화천대유 주인)처럼 기자로 살아왔다. 27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 끝낼지 작심하지 못했다. 비참해서 못 끝냈고 쪽팔려서 미적거리고 있다. 10년간 일한 신문사에서 받은 퇴직금은 1700만원. 이건 '고작'이나 '겨우'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다니던 곳이 쓰레기였거나 '기자의 가치'가 쓰레기였을 수 있다. 그 돈 1700만원은 열흘도 안 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누라가 빚 청산에 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코로나로 인해 먹고살기 힘든 시대, 1700만원은 눈물겨운 고혈이지만 요즘엔 돈도 아니다. 6년간 일한 직장에서 퇴직금 50억 원을 받은 자도 있고, 성과급으로 노른자위 아파트를 날름 삼킨 엑스(X)도 있다. 하지만 이 액수도 껌값이다. 몇 백, 몇 천만원 베팅해서 수천억 땡긴 현대판 봉이 김선달도 있다.

화천대유, 천화동인? 무협지 정파도 아니고 중국계 무협강호 이름도 아니다. 몇 백에서 몇 천만 원 내고 1000배 넘은 수익을 얻은 재테크 고수들의 이름이다. 이들이 말아 드신(?) 수익금은 5000억 원에서 1조원에 가깝다.

‘대장동 특혜’ 의혹의 진앙에 있는 이재명 지사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익환수 사업’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수용과 인허가 자동해결에 따른 분양 흥행을 예상하지 못한 바보는 없었을 것이다. 석연찮은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 3년간 화천대유와 관계자들은 4040억 원을 챙겼다. 이들은 분양사업까지 직접 벌여 3000억 원까지 덤으로 벌었다. 먹이는 주둥이(공공)가 잡고 영양은 몸통(화천대유)에 쌓인 모양새다.

이 지사 측은 수익배분 구조가 이렇게 짜인 이유를 ‘화천대유가 모든 리스크를 지는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서민들이 목숨을 담보로 몇 푼 빌렸다면 어찌 될까. 은행이고 금융당국은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와서 10원 한 푼이라도 받아내려 했을 것이다. 대장동 원주민들도 2016년 평당 280만원 안팎에 수용됐는데 수용가격이 당시 실거래가(700만원)의 반도 안 됐다. 땅을 강탈당한 것이다.

곽상도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 퇴직금을 받은 이유도 황당하다. 6년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기침과 이명, 어지럼 증상 등을 겪어 산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노동자의 경우 몇 년간 투쟁을 통해 받은 산재보상금이 1억5000만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해명 자체가 코미디다.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의혹의 박영수 전 특검은 특검 임명 전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며 고문료는 물론 딸을 화천대유에 입사시켰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2015년 대장동 비리로 구속됐을 때 변론을 맡았다. 박 특검의 딸은 10억 원대의 아파트(당시 6억 원대)를 분양받았다. 이 아파트는 화천대유가 개발해 다른 사람에게 분양했다가 계약이 취소되면서 생긴 회사 보유분이다. 현재 이 아파트 호가는 15억원 안팎이다. 냄새가 나도 너무 난다.

고위직 판검사를 지낸 변호사들의 이름도 줄줄이 나온다. 법관의 최고위직을 지낸 권순일 전 대법관은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로부터 10개월 동안 매달 1500만원씩의 고문료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시절 검찰총장을 지낸 김수남도 매달 1000만원 이상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욱 변호사는 화천대유 초기 투자비용 350억원을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끌어오도록 설계한 인물로 1000억 원의 배당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찬우 당시 수원지검장은 남욱 변호사를 수사했지만 퇴직 뒤에는 화천대유에 법률 자문을 했다.

과연 이들 법조인 출신들이 국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직업인지 의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이미 기득권이 된 법조인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커녕 돈과 권력의 입도선매자가 됐다. 대장동에 판을 깔아줬다는 사람과 그 판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챙긴 사람, 또 이를 소재로 정치공방을 주고받으며 대권쟁탈전을 벌이는 사람들이 대체로 판검사 출신들이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는 경찰에 출석하며 이들 권력자들을 ‘좋아하던 형님들’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형님은 ‘아는 형님’이자 동패(똥패)다. 좋은 게 좋은 것이고, 봐줄 건 봐주는 동네 형·동생 관계라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만남이라고 하더라도 이해관계에 얽혀 ‘주고받는 부패’ 특정집단에 다름 아니다.

화천대유, 천화동인은 주역(周易) 64괘 중 하나다. 화천대유(火天大有)는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뜻으로 명리학계에선 굉장히 좋은 괘로 평가된다. 화천대유가 자회사로 설립한 천화동인(天火同人)은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운’이다. 여러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아 성공할 가능성이 큰 뜻이라고 한다.

‘개혁의 상징’ 정조가 자신의 꿈을 위해 애용한 괘가 화천대유, 천화동인이다. 주역 점을 칠 때는 보통 50개의 산가지를 사용했는데 그중 1개는 태극을 상징해 사용하지 않고 49개의 산가지만 가지고 주역 점괘를 뽑는다고 한다. 그 점괘를 통해 세상의 이치와 변화의 숨은 뜻을 찾아냈다. 정조는 주역 신봉자였고, 정조를 멘토로 삼은 이가 이재명이다. 아이러니한 일은 정조의 어머니가 혜경궁 홍씨라는 점이다. 이재명 지사의 부인이 ‘김혜경’(혜경궁 김씨) 아닌가. 그렇다면 무협지에나 나올법한 화천대유, 천화동인은 우연하게 나온 작명일까.

어쩌면 법(法)과 검(檢)이 문제일 수도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 힘 대선주자 12명 가운데 순수 법조인 출신만 7명이나 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변호사 출신이고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판사 출신이다. 서울법대를 졸업한 이낙연 전 총리 사법시험을 보지 않았을 뿐 준법조인이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출신이고 황교안 전 총리는 법무장관을 지냈다. 홍준표와 원희룡은 부장검사 출신이다. 최재형은 법원장과 감사원장을 지냈다.

국민들은 피로하다.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그리고 대장동 특혜의혹. ‘따거(큰형님)’ 윤 전 총장과 ‘싸움닭’ 이 지사는 모두 공식 해명 대신 수사 의뢰로 일단 지금은 피해가자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각 캠프는 ‘제보 사주’, ‘토건 비리’로 프레임 전환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공허함을 떨칠 수가 없다. 경찰은 뭐하고 있나? 검찰은 뭐하고 있나? 말 많고 탈 많은 공수처는 뭐하나. 이러려고 그 난리 피우며 공수처 만들었던 것인가. 압색을 하던지, 출금을 하던지 쓰레기더미를 뒤져야하는데, 이미 쓰레기들은 외국으로, 어둠속으로 숨어들고 있다.

1억이 아니라, 1000만원도 없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국민들이 보이지 않는가. 진정 위정자들은 대통령선거만 보이는가. 그놈이 그놈인 대선판에서 언제까지 양아치들의 놀음판을 지켜봐야하는가. 참으로 비참하다. 물론 국민들도 각성하라. 마치 종교에 빠진 사람처럼 실체를 보지 않고 ‘인간 프레임’에 갇힌 그 모양이 더 통탄스럽다.


  • 세종특별자치시 마음로 14 (가락마을6단지) 상가 1층 3호 리더스
  • 대표전화 : 044-863-3111
  • 팩스 : 044-863-3110
  • 편집국장·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필
  • 법인명 : 주식회사 미디어붓
  • 제호 : 미디어 붓 mediaboot
  •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5
  • 등록일 : 2018년 11월1일
  • 발행일 : 2018년 12월3일
  • 발행·편집인 : 미디어붓 대표이사 나인문
  • 미디어 붓 mediaboot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미디어 붓 mediaboot.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ediaboot@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