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을 탈고하면서...
장편소설을 탈고하면서...
  • 나인문
  • 승인 2022.01.05 1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래 전부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십 줄을 훌쩍 넘겼다. 어느 날 이순(耳順)이 눈앞에 와 있는데도 소설 한권 못쓰고 끝나는 게 아닌지 때늦은 절박감이 침을 뱉었다. 그저 그런 책 한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창작이 ‘삶’이라 말할 수 없지만, 지나 온 인생이 곧 창작이라고 생각하며 펜을 들었다. 쓰고 싶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문장에 구멍이 났고, 어떤 단어를 추가했더니 조화가 왕창 깨지기도 했다. 자다가도 그 낱말이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 깨진 문장에 구겨 넣었다. 달구고 갈지 않고 이뤄지는 문장은 없다. 글이든 칼이든 무뎌진 몸뚱이는 숫돌에 갈든 가마에 녹이든 망치로 두드리든 단련된 후에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자 펜이 꿈틀거렸다. 물론 독창적 사고의 산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군불도 지피고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쓰고 지우고 썼다 뭉개기를 반복하면서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사반세기 넘는 세월동안 지방 언론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정작 나만의 글을 쓰지 못했던 한을 풀기라도 하듯, 미친 듯이 썼다. 일찍이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틈틈이 소설을 썼지만, 온전히 현재의 시각에서 소설을 쓰고 탈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목을 정하는 것도,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짓는 작명(作名)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소설의 얼개를 얼기설기 엮어나가는 일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신문이 아니라 소설로 독자들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원고지를 메워나갔고, 마침내 탈고에 이르렀다.

2018년 봄, 지방일간지 편집국장을 끝으로 돌연 사표를 던졌었다. 30년 가까이 기자(記者)로 살아온 명패를 스스로 내던질 때의 전율이 이런 기분이었다. 세상의 탁류가 싫었다. 굴신과 반목, 전향과 변절, 협잡과 맹목의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능욕과 굴욕의 세상, 누군가는 능멸하고 누군가는 능욕 당하는 졸렬한 집단이데올로기에 맞서 투쟁도 해봤으나, 세상은 상식의 선(線)에서 방향대로 가지 않았다.

특히 공익과 사익의 경계가 불명확한 지방언론이라는 태생적 한계는 점점 더 열패감 속에 빠져들고 있다. 갑(甲)도 아니면서 갑(甲)의 위치에서 군림하려 하고, 저널리즘을 포기했으면서도 저널리스트로 가장한다. 결국 독자와 대척하니, 일종의 길항 관계가 된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기자들 스스로 갑(甲) 행세를 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의 삶은 을(乙)이라는 점이다. 경영진의 그치지 않는 탐욕, 그 욕망의 희생양이 되어 돈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기자들은 펜 대신 전표(slip·傳票·영업)를 들어야 하는 구조다. 그러니 파키디오트(Fachidiot: 전문가 바보)가 될 수밖에….

더구나 정작 사표를 써야 할 군상들은 사표를 쓰지 않고 맹독성 암투를 통해 비열한 삶을 연명하고 있다. 원래 거짓말은 질문이 생기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알고 있다. 무엇이 정의(正義)의 다랑귀를 뛰게 할지를 말이다.

그리하여 30년 가까이 한길만 걷고 한쪽만 보아온 인생이 너무나 바보 같아서, 스스로 도륙의 인연을 끊었었다. 별안간의 사직(辭職)은 삶의 물집과도 같은 것이다. 만지면 덧나고, 그대로 놔두면 진물이 나는, 그래서 견뎌온 세월이 한숨과 정염(井鹽)으로 난도질된다.

이제 원고지를 떠나 책의 모습을 갖추도록 출간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염치없지만 많은 분들의 응원을 기대하면서...... 


  • 세종특별자치시 마음로 14 (가락마을6단지) 상가 1층 3호 리더스
  • 대표전화 : 044-863-3111
  • 팩스 : 044-863-3110
  • 편집국장·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필
  • 법인명 : 주식회사 미디어붓
  • 제호 : 미디어 붓 mediaboot
  •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5
  • 등록일 : 2018년 11월1일
  • 발행일 : 2018년 12월3일
  • 발행·편집인 : 미디어붓 대표이사 나인문
  • 미디어 붓 mediaboot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미디어 붓 mediaboot.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ediaboot@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