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파장 광원기반 무필터 방식, 검사시간 40분으로 절감
국내 연구진이 다수의 RNA 바이러스 및 DNA 분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DNA의 원하는 부분을 복제·증폭시키는 분자생물학적인 기술) 기기를 개발했다. 기존 1시간 이상 걸리던 진단시간도 40분 이내로 단축해 환자들의 편의성에 도움을 제공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대 4종의 바이러스를 동시에 신속하게 검사할 수 있는 PCR 기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으로 PCR 검사가 널리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검체 채취 후 검사 결과 통보까지 수 시간이 소요되어 빠르고 적극적인 질병관리 및 대응에 한계가 있다.
ETRI가 개발한 PCR 기기는 바이오 샘플 채취 한 번만으로 코로나-19를 포함하여 독감, 호흡기질환 등 다양한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되는 여러 질병을 동시에 구분하여 빠르게 측정할 수 있다.
PCR 기기는 주로 채취된 바이오 샘플을 이용한 ①DNA 추출 ②PCR 증폭 ③형광 측정을 통해 질병 감염 여부를 판별한다.
기존 기기는 다중 형광 측정을 위해 다수의 컬러필터가 필요했다. 광원과 카메라 구성이 복잡해 기기가 크고 비싸다. 측정시간도 약 2~3시간으로 길다.
ETRI 연구진은 컬러필터를 없애고 무선 통신기술에 주로 사용되는 직교코드 기반 신호처리 기술을 적용했다. 상대적으로 간단한 광학장치를 통해 저렴하게 구현하면서 측정 신뢰도도 높였다.
형광 측정 시 특정 코드로 변조된 빛을 쏴 바이러스 유전자 형광 신호를 검출하는 원리다. PCR 기기를 통해 유전자가 분리 및 증폭되면서 형광물질이 유전자에 붙는데 이 형광물질에 변조 광원을 조사하면 코드로 변조된 형광 광신호를 낸다.
코드를 길게 할수록 관측이 어려운 낮은 농도의 바이러스 검출이 가능하며 잡음도 줄어든다. 높은 정밀성으로 4종 유전자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고 샘플이 준비되면 약 40분 이내로 빠른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특정 코드를 활용해 형광을 측정하는 방식은 바이러스 변이와 무관하게 높은 정확도로 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개발한 PCR 기기는 광원, 구동 보드, 카메라 및 유전자 증폭 장치 등을 이용하여 간단하게 구성되었다. 대형병원 검사용으로 제작된 기존 가정용 전자레인지 크기 PCR 기기에 비해 부피를 약 40% 줄였으며 가격도 약 20~30%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국산화와 소형화로 보건소, 중소 병원, 요양병원 등에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연구 책임자인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서홍석 박사는 “본 기술은 다양한 바이러스를 동시에 쉽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유전자 분석 기술로 국민 보건 증진과 함께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대학교병원 건강검진센터장인 정진규 교수는 “본 기술은 간편하게 다양한 바이러스를 한 번의 측정으로 동시에 선별하고 관리할 수 있어 기존 고가의 PCR 기기를 대체하여 의료현장에 직접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신변종 감염 질환에 맞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TRI는 이 기술과 관련, 6건의 국내외 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향후 2건의 특허를 국내 및 미국에 출원할 예정이다. 기술 상용화를 위해 바이오센서, 의료진단기기 업체 등에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며 기술이전과 동시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연구진은 본 기술을 초분광 카메라를 활용한 의료 영역에 도입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번 연구는 ETRI 내부사업‘타액 기반 신변종 바이러스 현장형 신속 분자진단 시스템 개발’과제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