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감추면 감출수록 더 드러나는 성(性)
24. 감추면 감출수록 더 드러나는 성(性)
  • 미디어붓
  • 승인 2019.09.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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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양기마을
고성 양기마을

자지도(당사도·전남 완도군 소안면)/자지리(자원동·강원 삼척시 삼척읍)

전남 완도군 소안면(所安面) 당사리(唐寺里) 섬 가운데 ‘자지도’가 있었다. 원래는 항구(완도항)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의미에서 항문도(港門島)로 불렸다. 하지만 어감이 이상해 개명했는데 하필이면 섬 모양새가 ‘지(只)’자와 비슷하다 하여 자지도(者只島)로 바꿨다고 한다. 신라시대 청해진(淸海鎭)이 설치되었을 때 당나라를 왕래하는 배들이 날씨가 나쁘면 이 섬에 상륙하여 제(祭)를 올렸다는 말에 근거해 1982년 당사도로 이름을 바꾸었다. 하지만 지금도 여든 넘은 어르신들은 당사도보다는 자지도라는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당사도는 임철우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그 섬에 가고 싶다〉(1993년)가 촬영됐던 곳으로 섬 주민 모두가 단역으로 영화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강원도 삼척시 삼척읍에는 토질이 자적색이라 하여 자지전(紫芝田) 또는 자지리(紫芝里)라고 부르는 동네가 있었다. 지금은 자원동(紫園洞)으로 바뀌었지만 행정동은 성내동이라고 하니 그 또한 묘한 상상을 불러온다.

지금은 폐리(廢里)됐지만 북한의 양강도 김정숙군에도 자지리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당초에는 자주색이 나는 자지풀이 많은 곳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자지리(紫芝里)라 했는데, 1952년 군·면·리 대폐합에 따라 신파군 송지리에 편입되면서 폐지됐다고 한다.

우리네 성(性) 문화를 보면 하나같이 숨기고 감추려는데 힘을 쏟는다. 남자의 생식기는 앉을 때 가려진다 해 ‘좌장지(坐藏之)’라 하고, 여자의 생식기는 걸을 때 가려진다 하여 ‘보장지(步藏之)’라 한다. 이를 짧게 줄여 부르는 것이 ‘자○’와 ‘보○’라는 것이다. 이 어원은 전형적인 한자 부회 (附會·傅會)에 불과한 것들이지만 모두 ‘감추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오늘날 ‘子枝(자식을 낳는 가지)’와 ‘寶池(보배로운 연못)’는 입에 올리지 못하는 사실상의 금기어가 됐다. 인류가 직설적인 성(性)을 거부하는 것은 종족 보존을 위해서 성을 은밀하게 추구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사회적으로 힘센 사람들이 성을 독점하면서 성 문화의 폐쇄성이 강화됐을 수도 있다.

남자의 양경(陽莖)과 여자의 소문(小門)은 신성한 몸의 일부다. 몸은 자주적인 것이다. 왜곡되어야 할 음지가 아니라, 온전히 세상 밖으로 나와야할 양지다. 자꾸 음지로 숨어드니 양지에서 빛을 잃는 것이다. 성(性)을 언제까지 담론 수준에서 천박하게 부르고, 부끄럽게 꺼내들어야 할까.

욕개미창(欲蓋彌彰)이란 말은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한자성어다. 막현호은(莫顯乎隱)도 비슷한 뜻이다. 그 어느 것도 숨기는 것보다 드러나는 것은 없다는 중용(中庸)의 문구다. 즉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알려지고, 아무리 잘 감춰도 만천하에 드러난다는 의미다. 호기심, 관음증이 여기에 해당된다. 감추면 감출수록 오히려 궁금해지는 법이다. ‘거짓’과 ‘상처’도 숨기면 마크베스의 피처럼 마지막에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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