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여인천하’시대…남자는 고무줄, 여자는 파도
27. ‘여인천하’시대…남자는 고무줄, 여자는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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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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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상궁리. 미디어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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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역사는 매우 어둡다. 창세기는 남자가 먼저 만들어졌고, 여자는 남자의 ‘그림자’로 창조됐다고 말한다. 성서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아버지의 이름만 나오고 어머니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세베대의 아들 요한, 야곱의 딸 디나 이런 식이다.

특히 한국 전통사회의 경우 남녀유별(男女有別)이라는 윤리규범을 만들어 사실상 ‘남녀차별’을 해왔다. 밖과 안, 공(公)과 사(私), 그리고 사랑채와 안채라는 영역으로 분리했고 현모양처·삼종지도(三從之道), 칠거지악(七去之惡),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 순종, 수절(守節)이라는 차별적 규범으로 발과 입을 묶었다.

고조선에서는 ‘부인이 정신(貞信)하여 음벽(淫癖)이 없었다’고 말하며, 부여에서는 ‘투기한 여인을 사형하여 폭시(暴屍)했다’고 자랑스럽게 떠든다. 또한 백제에서는 ‘간음녀(姦淫女)를 부가(夫家)에 몰입하여 비(婢)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구려 중천왕이 투기하는 관나부인(貫那夫人)을 바다에 던져 죽였다는 문헌도 남아있다.

또한 정치와 교육에서도 배제됐다. 여자에게는 부덕을 함양하는 여사서(女四書), 삼강행실도, 열녀전, 소학, 내훈(內訓) 정도를 가르쳤고, 대부분의 하층여성들은 글자를 깨우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여성 최초의 서양화가였던 나혜석(1896~1948)은 인형이 되기를 거부한 신여성이었다. 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에 맞서 ‘여성도 인간’임을 주장하는 단편소설을 쓰고, 자신의 임신·출산·육아경험을 솔직하게 토로하면서 ‘아이는 엄마의 살점을 떼어가는 악마’라고 규정한 감상기(記)를 펴내 파문을 일으켰다. 여성 고유의 경험을 처음으로 공론화시킨 것이다. 또한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려면 남성 자신부터 정조를 지키라고 했고, 나아가 정조라는 것은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자유 의지에 속하는 ‘취미’의 문제라고도 했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 길 위에 서는 것을 좋아했던 나혜석, 하지만 그녀는 여권(女權)신장의 세상을 보지 못한 채 어느 겨울날 쓸쓸하게 행려병자로 죽었다.

‘여인천하’가 된 요즘의 시대,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그냥 ‘여자’의 일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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