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교미 중인 장수하늘소 떠올리며 '이상한 상상'
32. 교미 중인 장수하늘소 떠올리며 '이상한 상상'
  • 미디어붓
  • 승인 2019.1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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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했던 사천 능화숲.
비박했던 사천 능화숲.

벌리리(벌리동)(경남 사천시)

“겨울 바다를 가며/물결이 출렁이고/배가 흔들리는 것에만/어찌 정신을 다 쏟으랴./그 출렁임이 /그 흔들림이 /거세어서 /천 길 바다 밑에서는 /산호가 찬란하게 /피어나고 있는 일이라! /사람이 살아가는 그 어려운 길도/아득한 출렁임 흔들림 밑에 /그것을 받쳐주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가 마땅히 있는 일이라! /……다 그런 일이라!”

박재삼의 시 ‘사람이 사는 길 밑에’ 전문이다. 그의 시를 읊다보면 삼천포 바다에 홀로 가만히 남아 있는 듯하다. 마치 묵도(默禱)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잘 가다가 길을 잃으면 삼천포로 빠진다고 말했다. 또 어떤 일을 잘 하다가도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지면 왜 삼천포로 빠지냐고 지청구를 줬다. 결국 안 좋은 일을 겪거나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때 등장했던 지명이 ‘삼천포’였다.

하지만 1995년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합쳐지면서 사천시로 개칭된 이후 삼천포 지명은 점차 잊혀져가고 있다. 삼천포 지역에 발음하기에 망측한 ‘벌리리(閥里里)’란 동네가 있어 눈길을 끈다. 1956년 삼천포읍이 삼천포시로 승격되면서 벌리동으로 개칭되긴 했지만, 여전히 호사가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지명이다. 왜구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 이웃 마을에 도움의 손길을 ‘벌리겠다’는 것인지, 보릿고개 연명을 위해 외지인들에게 손을 ‘벌리겠다’는 것인지 지명의 정확한 유래는 없다.

다만 ‘공훈 벌(閥)’자를 쓴 것을 보면 임진왜란 당시 큰 공적을 세운 마을이 아닌가 추측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니 더 이상 야릇하고 해괴망측한 상상은 안 하는 게 좋다. 그것은 주민들에 대한 모독이다.

♤♤♤

우린 초짜 연인이 모텔에서 하는 미숙한 페팅(petting)과 교미 중인 장수하늘소를 떠올리며 전대미문의 동작을 상상한다. 몸짓은 행위다. 벌리든 오므리든 간에 동작은 극의 장막 구조와 연결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실제 경험보다 상상(想像)이 더 아찔하다는 점이다. 상상은 그 확장 폭이 넓다. 없는 것도 만들고, 없어도 될 것들을 억지로 끼어 넣으면서 야릇하고 비현실적으로 짜깁기하는 것이다.

가령 ‘구멍’이란 것도 그렇다.

몸에는 모두 9개의 구멍이 있다. 2개씩 있는 귀·코·눈과 하나씩 있는 입·요도·항문이 그것인데, 한의학에서는 구규(九竅)라고 한다. 그런데 여성에게는 구멍이 하나 더 있다. 그래서 10번째 구멍이라 하여 ‘10’이라고 읽는다. 이 10이라는 숫자는 상수학(象數學) 관점에서 보면 완결, 창조의 의미다. 또 남성성을 의미하는 종(縱·세로)과 여성성을 의미하는 횡(橫·가로)의 결합으로 한자 ‘십(十)’이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인간은 ‘10’이라는 구멍을 통해 온전해지고 완전해진다.

육체와 여체에 대한 상상은 그저 상상으로 끝낼 일이다. 그것이 몸통과 꼴로 엮이게 되면 상상 이상으로 왜곡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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