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억울한 ‘누명’ 쓴 하드코어 ‘지명’
37. 억울한 ‘누명’ 쓴 하드코어 ‘지명’
  • 미디어붓
  • 승인 2019.12.16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산 양키시장
군산 양키시장

야동리(충북 충주시 소태면)

‘남-한강 굽이굽이 맑은 물가에/ 넓은 뜻 바른 생각 닦아가는 곳/ 우리들은 즐-거-운 야동 어린이/ 가슴에 희망안고 크는 어린이/ 물-처럼 맑은 마음 우리들 마음/ 대처럼 곧은 생각 우리들 생각/ 어디서나 떳떳한 야동 어린이/ 옳은 일에 맨 앞장서는 어린이/

충주시 소태면 야동리에 있는 야동초등학교의 교가다.

야동은 원래 ‘시골 아이(野童)’를 뜻하는 말이었으나 ‘야한 동영상’을 줄여 일컫는 ‘야동’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면서 처지(이름)가 딱해졌다. 물론 야동초등학교 역시 상상과는 무관하다. 야동은 대장간 ‘야(冶)’에 고을 ‘동(洞)’을 써 대장간(풀무골)이 있던 마을이다. 지명을 부를 때면 야릇한 성적 판타지를 불러온다는 지적과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개명하자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야동리는 여전히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 마을 상점 곳곳에서도 이 지명을 쓰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야동동’ 주민들도 ‘억울한 누명’에 크게 개의치 않고 현재의 이름을 고수한다.

지명에 ‘야(冶)’가 붙으면 대부분 대장간(야장간)이 있었던 곳으로 봐도 무방하다. 야장(冶場)은 풀무를 차려 놓고 쇠를 달구어 30여종 넘는 연장을 만들었다. 대장장이(딱쇠·대정장이·성냥·바지·야장·철장)들은 호미 하나를 만들어도 줄잡아 한 시간 이상 담금질을 했고, 방짜(놋쇠)유기는 1000번의 두드림 끝에 탄생했다. 달구어진 쇠붙이의 담금질에도 일정한 두드림의 횟수가 정해져 있었다. 쇠스랑은 여덟 번, 칼과 낫은 다섯 번 두드렸다. 한때 서울 중구 정동-쌍림동-충무로5가 고개(풀무재)에만 100여 개의 대장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명맥조차 잇기 힘들어졌다.

TV 드라마에서 야동을 즐겨보는 한의사 캐릭터로 ‘야동 순재’라는 별명이 붙은 탤런트 이순재 씨도 처음엔 ‘야동’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고 했을 만큼 기성세대에겐 낯선 말이었지만, 이제 야동은 하드코어(hardcore) 포르노그래피, 섹스비디오를 지칭하는 말로 고착화 돼버렸다.

야동이란 말이 회자되기 전인 1980~1990년대에는 ‘빨간책’이라는 성인잡지가 학생들 호기심을 자극했다. 주로 ‘허슬러’, ‘클럽’ 등의 미국잡지였다. 하지만 컬러TV·비디오시대가 열리면서 포르노테이프가 일반화됐고, 인터넷·스마트폰 시대로 진화하면서 오브신(obscene·외설·타락)은 더욱 탁해졌다. 최근에는 골뱅이녀, 스타킹녀, G컵녀 등등 ‘몰카(몰래카메라)’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태다.

야동은 무대(scene) 밖의 것, 무대에서는 보일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 에로틱한 심상(心像)을 증폭시키는 최음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세종특별자치시 마음로 14 (가락마을6단지) 상가 1층 3호 리더스
  • 대표전화 : 044-863-3111
  • 팩스 : 044-863-3110
  • 편집국장·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필
  • 법인명 : 주식회사 미디어붓
  • 제호 : 미디어 붓 mediaboot
  •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5
  • 등록일 : 2018년 11월1일
  • 발행일 : 2018년 12월3일
  • 발행·편집인 : 미디어붓 대표이사 나인문
  • 미디어 붓 mediaboot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미디어 붓 mediaboot.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ediaboot@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