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거사(居士)가 거사(擧事)를 일으키는 거사(巨事)
47. 거사(居士)가 거사(擧事)를 일으키는 거사(巨事)
  • 미디어붓
  • 승인 2020.0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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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나포리.
군산 나포리 가는 길.

거사리(충남 논산시 양촌면)

탑정호는 충남에서 두 번째 큰 호수로 논산8경 중 2경에 속한다. 면적이나 제방 길이가 상당해 한 바퀴 라이딩하는 데도 시간이 제법 걸린다. 호남고속지선(251번) 옆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다만 라이딩을 할 때는 가야곡면 쪽 68번이나 양촌면에서 올라오는 697번을 타는 게 편하다. 논산시와의 거리도 5㎞ 내외이고 북쪽에 계룡산국립공원, 서쪽에 관촉사 은진미륵불이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탑정호의 감상 포인트는 백제군사박물관 앞에 있는 수변 생태공원이다.

충남 논산시 양촌면 거사리와 경기 포천시 영중면에 있는 거사리는, 실제 거사(居士)와 관계있는 마을로 정평이 나 있다. 논산 거사리는 선비들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포천 거사리는 조선 중기 문신인 지천거사 황정욱(黃廷彧)이 살았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지천은 약관(弱冠)인 20세의 나이에 사마시에 합격하고 해미현감, 진주목사, 충청도관찰사를 거쳐 승지에 올랐으며 동주중추부사, 대제학, 예조판서, 병조판서를 지낸 인물이다.

거사(擧事)는 반란이나 혁명 같은 엄청난 일을 도모할 때를 말한다. 평범한 사람으로서 법명을 갖고 있거나 숨어 살며 벼슬을 하지 않는 선비를 가리켜 거사(居士), 또는 처사(處士)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흔히 큰일을 할 때도 거사(巨事)를 치른다고 한다. 특히 여자를 탐하거나 그럴 계획을 짤 때도 거사(巨事)란 단어를 들먹인다. 예로부터 여성을 비하하거나 남성과 차별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차별의식의 발로로 해석된다.

실제로, 우리 속담에는 남녀 간의 유별을 강조하는 것이 많다. 예컨대 ‘여자 셋만 모이면 사발도 말한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도 깨진다.’, ‘여자 열이 모이면 쇠도 녹인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 말은 곧 여자들이 남자에 비해 말이 많고 시끄럽다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지만 속내는 여성비하에서 기인한다. 그러니 여자를 탐할 때는 ‘거사(居士)가 거사(擧事)를 일으키는 양 거사(巨事)를 치른다’고 떠벌렸던 게 아닌가 싶다. 남녀가 만나면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하룻밤의 짧은 인연으로도 깊은 정을 맺을 수 있다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이담속찬(耳談續簒)>에서는 ‘비록 잠시 머문다 해도 마땅히 대비해야 한다’고 풀이한다. 남녀 간의 꿈같은 하룻밤도 거사일 수 있지만, 유비무환도 거사라는 것이다. 일본군(왜군)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왔을 때, 그들은 비록 하룻밤을 자고 가더라도 반드시 성을 쌓았다. 만인(蠻人), 즉 야만인도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다는 교훈인 셈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인생의 덧없음과 영화(榮華)의 헛됨을 비유한 한단지몽(邯鄲之夢), 두 칸 누옥도 마음먹기에 따라 별유천지(別有天地)가 되는 것처럼 생각에 따라 상상은 더하기도 빼기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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