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여우들의 아양은 애정의 윤활유
49. 여우들의 아양은 애정의 윤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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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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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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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동(경남 거제시)

경남 거제시 아양동(鵝陽洞:거위 아, 볕양)은 한자로만 보면 볕 좋은 곳에 거위들이 산다는 뜻인데 정확한 유래는 없다. 일단 아양(애교)과는 거리가 멀다. 관송·당목 등의 옛 마을이 있었지만 옥포조선소 건설로 없어졌고, 골짜기인 산짓골, 고개인 삼밭재, 선달바위, 큰밭재산 등이 있다. 경기 안성시 아양동(峨洋洞)은 아롱개마을을 개명한 것이다.

아양은 쉬운 게 아니다. 아무나 되지도 않는다. 아양을 떨려면 최소 세 박자는 갖춰야한다. 일단 (필요불충분조건으로) 외양이다. 예쁘거나 귀엽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밉상은 아니어야 한다. 미운 얼굴에서 요란을 떨면 미움의 극치다. 화난 얼굴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다. 목소리도 중요하다. 짙은 콧소리가 나야 한다. 소리를 배배 꼬면서 딱딱한 말투에 기름칠을 하는 게 기본이다. 참기름을 혀에 두른 듯 자르르 혀 꼬리를 감아 돌린다. 소리를 한 템포 뱃속으로 삼켰다가 한순간 짧게 끌어내면서 비음을 내는 게 포인트다. 복식호흡과는 다르다. 허스키(husky)도 아양을 떨면 곤란하다.

몸은 감수성의 덩어리다. 죽어있는 몸, 백지장 같이 핼쑥해져 있는 몸으로는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수 없다. 그래서 ‘짓’을 잘해야 한다. 몸짓, 손짓, 발짓, 눈짓, 어깻짓, 고갯짓, 엉덩잇짓, 입짓, 턱짓, 팔짓, 활갯짓 모두를 동원해서 시의적절하게 표현하면 된다. 이런 동작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사상을 외부로 전달하는 상징적인 의태어다. ‘눈짓’ 하나가 백 마디 말을 능가하는 경우도 있다. 젊고 예쁜 처자가 몸을 살살 흔들면서 콧소리를 내는데 화낼 수컷은 없다.

동양에서는 사람의 품성(稟性)을 곰과 여우에 비유한다. 특히 여자(아내)를 간택할 때 미련한 곰보다는 눈치 빠른 여우가 낫다고 권면하는 이들이 많다.

문제는 곰과 여우 모두와 살아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부부는 살면서 닮아간다고 하지만 성격은 닮지도, 고쳐지지도 않는다. 입맛이나 버릇 정도만 닮는다. 어찌됐든 대다수 사람들이 곰보다는 여우가 낫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아양’이나 ‘애교’가 애정의 윤활유임을 증명한다.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를 펴낸 조항범 교수는 ‘아양’의 어원이 방한구(防寒具)의 하나인 ‘아얌’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아얌’은 겨울철에 부녀자가 나들이할 때 춥지 않도록 머리에 쓰던 방한용(防寒用) 쓰개다. ‘아얌’의 앞과 뒤에는 붉은색의 수술 장식이, 뒤에는 ‘아얌드림’이 늘어져 있다. 예쁜 여자가 ‘아얌’을 쓴 채 콧소리를 내며 머리를 조금 흔들면서 알랑거리면 수술 장식과 ‘아얌드림’이 가볍게 떨리게 된다. 그것을 ‘아얌을 떨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아얌을 흔드는 행위는 결국 알랑거리는 과정에서 나오는 행위다. 그러므로 ‘아얌을 떨다’가 ‘귀여움을 받으려고 알랑거리다’는 의미로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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